신카이 하야토, 레몬꿀절임
겁쟁이 페달 신카이 하야토 드림
산다이바나시
맥도날드 류의 패스트푸드 가게(페미레도 괜춘), 레몬절임, 수건
(keyword, 혜오님)
사쿠라이 렌
“신카이 선배, 수건요.”
“아, 사쿠라이. 고마워.”
한참 롤러대에서 페달을 밟다가 내려오는 신카이에게 사쿠라이가 수건을 건넸다. 땀 범벅이 된 신카이가 드링크를 마시며 감사히 수건을 받아 땀을 닦아냈다. 잠시 신카이를 보던 사쿠라이는 이번엔 토도가 롤러대에서 내려오는 걸 보더니 뽀르르 달려가 마찬가지로 수건을 건넸다. 신카이는 그런 사쿠라이의 뒷모습을 눈으로 좇았다.
사쿠라이는 유능한 매니저였다. 처음에 토도의 이웃집 동생이라며 사쿠라이가 매니저로 입부했을 때는 다들 그 작은 아이가 별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지 못했다. 하코가쿠 자전거부는 강호였고, 그만큼 부원도 많았다. 여자 매니저라고 들어와도 오래 버티지 못하고 떨어져 나가는 편이었고, 늘 잡일은 1학년들이 맡게 되는 법이었다. 심지어 클라임을 할 때가 아니면 경박하다는 평을 듣기까지 하는 토도의 지인. 과연 얼마나 오래갈 수 있을까. 일부 부원들 사이에선 내기까지 벌어졌던 모양이었다.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사쿠라이는 1년 넘게 꾸준히 매니저 활동을 했고 어느새 사쿠라이는 하코가쿠 자전거부의 일원이 되어 있었다.
사쿠라이는 자전거부의 한 떨기 꽃 같은 존재이지만 벼랑 위의 꽃이었다. 누구도 손댈 생각을 못 하는 벼랑 위의 꽃. 연애는 1g도 관심 없는 녀석―아라키타 같은―도 있지만, 그 나잇대의 소년이라면 자신에게 상냥하게 대해주는 여자가 있다면, 그것도 상당한 미인이라면 조금 설레기 마련이었다. 하지만 아무도 손댈 생각을 하지 못하는 건 그녀가 모두에게 공평하게 상냥하니까. 그리고―
“진파치 오빠. 연습도 좀 성실하게 하라니까―.”
“왓하하, 걱정하지 마라 렌! 산은 성실하게 오르고 있으니까 말이지.”
토도가 있기 때문이었다. 토도가 사쿠라이의 머리를 헝클어뜨리자 사쿠라이는 토도를 밀치며 “머리 망가져!” 하고 반항했다. 10년 넘게 이웃사촌지간이었다고 하니 어지간히 친할 법도 했다.
저런 모습을 종종 부 활동 중에 보고 있자면, 그게 심지어 팬클럽까지 거느리고 있는 토도라면― 그야 부원들이 용기가 나지 않는 게 당연했다.
부 활동이 끝나고 저녁을 먹으러 자주 가는 패밀리 레스토랑에 간 하코가쿠 3학년 4인방 사이에 오늘은 한 사람이 더 끼어 있었다. 통학파인 사쿠라이의 집이 오늘은 조금 늦게까지 비어있는 모양이라 토도가 사쿠라이를 맡기로 했다는 모양이었다.
아라키타와 토도, 사쿠라이가 나란히 앉고 맞은편에는 후쿠토미와 신카이가 앉았다. 사쿠라이와 대각선 방향으로 마주 보게 된 신카이는 열심히 볶음밥을 먹고 있는 사쿠라이를 쳐다보았다. 상당히 노골적인 시선이라 아라키타는 혀를 차며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고 토도는 그런 신카이를 빤히 쳐다봤다.―물론 그 와중에도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자기 몫을 먹고 있는 후쿠토미도 있었지만― 열심히 볶음밥을 입으로 옮겨 넣던 사쿠라이가 조심스레 말을 했다.
“신카이 선배, 무슨 문제라도...?”
“그냥, 음― 레몬 절임이 먹고 싶어서.”
신카이의 입에서 나온 변명은 어설프기 그지없었다. 토도는 한숨을 내쉬었고 아라키타는 “바보 돼지가.”라고 작게 중얼거렸지만 사쿠라이는 그 얘기에 납득했는지 숟가락을 입에 물고 조금 고민하는 얼굴이 되었다.
“레몬 절임― 어렵지는 않은데 저희 부가 워낙 사람이 많으니까요―”
아무래도 사쿠라이는 전원 분을 생각하고 있었는지 그렇게 중얼거렸다. 사실 기본적으로 부원들 수가 워낙 많다 보니 사쿠라이 혼자로는 수건과 드링크를 준비하는 것으로 벅찼다. 자전거용 보급식은 직접 만드는 종류가 아니니 준비만 해두면 되었으니 벌써 1년이 되었음에도 운동부의 로망이라는 매니저의 수제 요리 같은 것은 다들 꿈도 꾸지 않고 있었다.
“렌. 고민할 필요 없어. 지금 하고 있는 걸로도 충분해. 신카이 말은 무시하면 돼.”
볶음밥을 먹을 생각은 않고 계속 고민하는 사쿠라이를 본 토도가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신카이가 그제야 “문득 생각났을 뿐이니까. 신경 쓰지 않아도 돼.”라고 손을 내저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숟가락을 물고 있는 사쿠라이를 보며 토도가 다시 한 번 “렌.”이라고 말하자 그제야 사쿠라이는 고개를 끄덕이고 밥을 먹기 시작했다.
그 날이 그렇게 지나고 며칠 후, 늦게까지 남아 하던 자율연습을 마치고 돌아갈 채비를 하던 신카이에게 사쿠라이가 다가왔다. “신카이 선배.” 조곤조곤한 목소리가 자신을 부르자 신카이는 조금 놀란 얼굴로 사쿠라이를 보았다. 기본적으로 사쿠라이가 매니저 업무를 보는 것은 자율연습 전까지로, 통학파인 사쿠라이가 이렇게 늦게까지 남아 있는 일은 드물었다.
신카이가 연습을 마친 것은 본 연습 종료로부터 거의 두 시간쯤 지난 후였다. 다시 자전거를 탈 수 있게 되면서 뒤처진 연습량을 따라잡기 위해 연습량을 대폭 늘렸기 때문이었다. 대체로 신카이가 연습을 마칠 때쯤에 남아있는 것은 후쿠토미, 가끔 아라키타를 비롯한 한두 명 정도였다.
“사쿠라이, 무슨 일 있어?”
땀을 닦으며 물어오는 신카이에게 사쿠라이는 조용히 작은 유리병을 내밀었다. 사쿠라이가 내민 것을 본 신카이의 눈이 동그래졌다. 유리병에 들어있는 것은 얼마 전 신카이가 핑곗거리로 삼았다가 잊고 있었던 레몬절임이었다.
“그, 신카이 선배가 돌아오고 뭔가 부탁하신 건 처음이라... 근데 전원 분은 무리니까, 저―”
시선을 발끝에 두고 횡설수설 말하는 사쿠라이의 모습을 보며 신카이의 얼굴이 환하게 폈다. 신카이는 유리병을 받아 들었다.
“고마워! 렌.”
신카이는 언제나 토도가 불렀던, 입안에서만 맴돌았던 사쿠라이의 이름을 불렀다. 부르고 나서야 실례일까, 괜찮은 걸까, 하고 고민을 했지만 이미 저지른 일. 되돌릴 수는 없었다. 신카이가 제 이름을 부르자 눈이 동그래진 사쿠라이는 얼굴을 조금 붉히면서 환하게 웃었다.
“그럼, 전 이만!”
사쿠라이가 고개를 푹 숙이고 종종걸음으로 부실을 빠져나갔다. 그런 사쿠라이의 뒷모습을 향해 잠시 손을 뻗었던 신카이는 이내 그 손에 얼굴을 묻었다. 신카이의 얼굴이 새빨갛게 물들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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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계 탐라에서 키워드만 받았던(캐릭터 미지정) 글입니다.
지인계에는 페달 파시는 분들 거의 안 계시지만... 사실 정말 뭐라도 쓰고 싶어서 벌렸던 판이라.
보고 있을 수록 왠지 신카이로 쓰고 싶어져서(...먹을 거... 내안의 신카이 이미지란...) 썼습니다.
역시 이런식으로 핵심 단어 세개 받는 편이 뭔가 쓰기엔 좋긴 하네요ㅋㅋㅋㅋ
혜오님 아리가또 ㅇㅅ<) 언니는 페달은 안봤겠지만 후후후
그리고 드림네임은 B님의 렌쨩을 다시 한 번 빌려왔습니다.
일석 이조...? 일타 이피...? (아님
앗 설정상 쓰려다 빼먹은게 신카이가 부활동 빠지는 동안에도 사쿠라이가 꾸준히 챙겨줬고
그 모습에 반했다는 설정이 있었는데 쓰다보니 어느새 누락되었으니 여기에라도 씁니다.
허허허... 원고 하기 싫어서 벌렸던 판이 이제야 끝났네요.
총 키워드 글 두 개분(지로, 신카이), 리퀘 5개(마키시마, 오노다, 토도, 마나미, 테시마)였습니다.
이제 저는 원고를... 원고를... 엉엉 연애 어떻게 하죠 엉엉
> 과거의 제 연성 보자니 절벽위의 꽃 같은 얘기 잇어서 개소리 하네 싶어졌지만 하필이면
다른 연성이랑 이어지는 바람에 올립니다... 이것은 4년 전의 연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