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弱虫

아라키타 야스토모, 감기 조심해

Celestyn_ 2018. 4. 24. 22:47

감기 조심해

아라키타 야스토모 드림

겁쟁이 페달 드림

드림 전력「당신의 수호천사」 



마키 카온





“으으...”


마키가 몸을 슬쩍 떨었다. 최근 들어 날씨가 유난히 제멋대로였다. 어느새 여름이 부쩍 다가왔나 싶을 정도로 덥다가, 갑자기 비가 내려서 기온이 뚝 떨어지곤 했다. 추위에는 강한 편이나 더위에 약한 탓에 마키의 옷차림은 어느새 얇은 여름옷으로 바뀌었지만, 이렇게 비가 내리는 날이면 역시 긴 소매 옷을 입거나 아니면 적어도 카디건이나 얇은 볼레로라도 챙겨올 걸 그랬나 싶어지는 것이었다. 그래도 춥다기보다는 쌀쌀한 정도였지만.


“얼른 들어가야겠다.”


손으로 팔을 한 번 쓸어내린 마키가 건물을 나서기 위해 우산을 펼치려던 참이었다. 등에 무게감이 느껴졌다. 마키가 고개를 슬쩍 돌렸다. 익숙한 검은 소매의 트레이닝복이 보여서 짐작은 했지만―.


“야스토모.”


마키의 어깨에 걸쳐진 것은 연인, 아라키타의 져지였다. 마키와 눈이 마주친 아라키타는 뒷목을 쓸어내리며 혀를 찼다. 옷차림이 너무 가볍잖아. 바―보. 슬쩍 눈동자를 반대쪽으로 굴리는 아라키타를 보자 귀엽단 생각이 먼저 들어 웃음이 나왔다.


“연습하다 온 거야?”


마키의 품에 안겨준 전혀 젖지 않은 져지와는 달리 아라키타의 머리에선 물방울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유니폼도 젖어 있기는 마찬가지였다. 장맛비는 아니라지만, 끊임없이 이어지는 빗속에서 달렸다면 저렇게 푹 젖어 있을 만도 했다.


“뭐, 잠깐. 좀 남았어.”

“흐음. 그렇구나.”


마키가 슬쩍 손목시계를 보았다. 마지막 교시가 끝나서 내려온 참이었으니, 시각은 6시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아무리 해가 길어지는 시기라지만, 아라키타가 어영부영 남은 연습을 마치고 샤워까지 하면 7시가 넘어버릴 것이 뻔했다. 그즈음이면 해가 떨어져 금방 어두워질 것이었다. 심지어 애초에 비가 오는 날이니 벌써 꽤 어둑했다. 그가 돌아올 즘엔 더 기온이 떨어지겠지. 마키의 눈이 살짝 가늘어졌다.


“져지 괜찮아.”


우산을 잠시 내려둔 마키는 어깨에 걸쳐진 져지를 당겨서 벗더니 착착 접어 아라키타에게 돌려줬다. 바로 연습 갈 거면 부실에 가져다둘까? 기껏 건네준 져지를 돌려주는 마키 덕분에 아라키타의 인상이 팍 찌푸려졌다.


“나보다 야스토모가 더 추위 잘 타면서. 괜찮거든요?”

“...괜찮긴 무슨”


아라키타가 손을 뻗어 마키의 머리를 꾹 눌렀다. 버둥거리던 마키가 아라키타의 팔을 잡고 흠칫했다. 손에 닿은 그의 팔이 제법 차가웠던 탓이었다. 달리는 동안엔 몸에서 열이 나서 괜찮았겠지만, 자전거에서 내려와 있으니 오히려 비에 젖은 것에 기화열까지 더해져 더 빠르게 체온이 떨어진 모양이었다. 마키의 미간이 좁아졌다.


“야스토모, 나 진짜로 괜찮으니까. 얼른 마저 달리고 후딱 씻어. 야스토모야말로 감기 걸리겠어.”


아라키타의 손아귀에서 화다닥 벗어나온 마키가 그의 양 손목을 잡으며 강조하듯 말했다. 응? 걱정된단 말이야. 눈썹을 축 늘어뜨리고 올려다보는 마키의 눈빛에 아라키타가 짧게 혀를 찼다. 부러 자세를 낮춰 올려다보는 것은, 그 각도에서 올라오는 마키의 시선에 아라키타가 약하다는 것을 마키도 잘 알기 때문이리라.


“집에서 따뜻한 저녁 해놓고 기다릴 테니까.”


얼른 다녀오시죠? 애인님. 마키는 잽싸게 발돋움을 해 아라키타의 볼에 짧게 입을 맞췄다. 아라키타가 잠시 넋이 나간 사이, 그의 품에 져지를 안겨주고 우산을 펴 종종걸음으로 자리를 떴다. 그가 퍼뜩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마키는 제법 멀어진 뒤였다.


“하아...”


진짜 제멋대로라니까. 이따 들어가서 보자. 아라키타는 저에게 모인 시선들을 짧게 쏘아보고 서클동으로 향했다. 마키의 손길이 닿았던 양 손목과 입술이 닿았던 볼에 미적지근한 온기가 남아있는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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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거는 아니고 옆집 사는 사이인데 굉장히 동거하는 것 같은 느낌의... 그런...

흑흑 전력 겨우겨우 시간 맞췄네요 ㅠㅇㅠ)/

힘냈습니다 흡


뭔가 생각한 거랑 미묘하게 달랐는데

이제와서는 아무래도 좋은 것이 아닌가 싶어지는 그런... 그러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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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이 쓴 일이 많아서 간만에(?) 달달한 드림 재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