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키테시] 두 사람의 관계
2015.09.11 재업로드
「테니스의 왕자 x 겁쟁이 페달」
유키무라 세이이치 & 테시마 준타
테시마 생일 기념 글 (제2회 라다님 주최 테시마 론리전 축하 글)
For. 라다 님
두 사람의 관계
균열
Teshima side
재능. 단 두 글자의 단어는 어쩜 이리 잔혹한가. 단상 아래에서만 지켜봐야 하는 나날들. 테시마는 점점 지쳐가고 있었다.
“다녀왔습니다.”
레이스 날은 언제나 지친다. 페달을 밟고, 또 밟아도 표창대에 서는 영광은 주어지지 않는다. 좋아서 시작했다지만, 힘 빠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현관에 신발을 벗어 놓으며 테시마가 작은 한숨을 쉬었다.
“준타, 왔니?”
어머니가 전화기를 붙들고 계시다가 테시마에게 고개를 돌리셨다. 고개를 꾸벅이고 제 방으로 들어가려고 했다. 문을 열려는 순간 들려온 이름만 아니었더라면.
“정말? 세상에. 축하해! 세이이치도 대단하네.”
어머니의 입에서 나오는 사촌 동생의 이름에 테시마의 발이 주춤했다. 카나가와에 사는 사촌 동생은 꽤 자주 보는 사이였다. 축하라니, 좋은 일이라도 있는 것일까.
“응? 우리 준타?”
자신의 이름이 나오자 고개를 돌렸다. 어, 응. 뭐, 잘 지내지. 어머니의 표정이 살짝 일그러졌다. 어색한 웃음. 테시마는 그 웃음을 보고 대충 상황을 파악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세이이치가 뭔가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었나 보지.’
아무리 밟아도 성적은 제자리걸음인 자신과는 다르게, 사촌인 세이이치는 라켓을 쥐면서부터 두각을 드러냈다. 중학 입학 전까지는 종목이 다르니 별 상관없다고 생각했으나, 두 사람 모두 중학교에 입학한 뒤로는 사정이 달라졌다.
‘왕자’ 릿카이 대학 부속중 테니스부에 들어가 시스템을 엎어버리고 이례적으로 1학년 레귤러가 된 세이이치. 레이스에 나가도 두 자릿수의 성적이 고작인 자신. 두 살이나 어린 동생은 그냥 재능이 있는 정도가 아니었다. 소위 말하는 ‘천재’였다. 그에 비하면 자신은 범재 중의 범재.
사촌 동생이 잘하는 것은 자랑스러울 일이었다. 하지만 그게 반복되면. 부모님께 비교를 당한다면. 처음에는 아무 생각 없이 순수하게 축하하던 테시마의 마음에 차곡차곡 어두운 검댕이 묻어갔다. 질척한 늪이 테시마의 발목을 잡아끌었다. 늪에는 바닥이 없었다. 테시마는 아무 말 없이 제 방으로 들어갔다. 이럴 때 밖에 있어 봐야 좋을 것 하나 없었다.
저녁 시간, 결국 테시마는 그 이야기를 들어야 했다. 세이이치가 따낸 것은 상상 이상이었다. 전국 제패. 이례적으로 1학년 레귤러가 셋이 들어가―물론 그중 하나가 세이이치였다― 그 셋이 승리의 주역이 되었다는 이야기. 그것을 말하는 어머니의 말투는 숫제 푸념 조였다.
어머니는 테시마에게 뭐라고 하시지는 않으셨다. 지금은, 아직은. 하지만 이 상황이 언제까지고 이어질 것이란 보장도 없었다. 이모님과 얘기하실 때 어머니의 얼굴이 날이 갈수록 점점 묘하게 일그러져가는 것이 보였으니까.
“잘 먹었습니다.”
밥을 남겼다간 분명 뭐라 하실 것이 분명해 꾸역꾸역 입에 털어 넣은 테시마는 빠르게 자리를 떴다.
자전거. 테니스. 이렇게나 다른 스포츠인데, 어째서 비교 받아야 하는 걸까. 어째서 자신은 이기지 못하는 걸까. 어떻게 세이이치는 지지 않는 걸까. 방에 돌아간 테시마는 무릎을 끌어안았다. 얼굴을 무릎 속에 파묻자 시야가 어두워졌다. 눈가가 뜨거워졌다. 눈을 감았다.
마음이 곪아 든다. 핸들을 잡는 손, 페달을 밟는 발. 아무리 꽉 잡고, 발버둥을 쳐도 자신의 위치는 고작―
‘그만둘까.’
테시마의 마음에 균열이 생겼다.
어느 여름날
Yukimura Side
여름. 바깥은 찌는 듯한 한증막이었으나, 에어컨이 돌아가는 실내는 쾌적하기 그지없었다. 아무리 유키무라가 운동을 좋아한다고는 해도, 폭염이 기다리는 바깥으로는 그다지 나가고 싶지 않았다. 이런 날씨에 대뜸 나가 라켓을 휘두르다가는 열사병으로 쓰러질지도 몰랐다. 아무리 방이 시원해도 바깥에서 일렁이는 아지랑이가 바깥의 더위를 간접적으로 상상하게 해주었다.
‘사나다라면 이런 날씨에도 밖에서 라켓을 휘두를지도 모르지만.’
유키무라는 딱딱하고 원리원칙에 엄격한 친우를 떠올리고 고개를 저었다. 그를 떠올린 것만으로도 후텁지근해지는 기분이었다. 유키무라는 침대에 엎드려 팔랑팔랑 월간 프로테니스를 넘겼다. 유키무라의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내년, 제가 입학할 ‘릿카이대 부속중’에 대한 기사였다.
기사를 눈에 담으려는 순간, 아래에서 벨 소리가 울렸다. 세이이치― 어머니가 저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왔구나! 유키무라가 잡지를 덮고 벌떡 일어났다. 계단을 내려가는 유키무라의 발걸음은 어딘지 들떠있었다.
“오셨어요, 이모님?”
“안녕하세요, 이모!”
“어머나, 세이이치. 세이카 쨩, 잘 지냈니?”
옆방의 동생도 함께 일어나 계단을 내려왔다. 치바에 사시는 이모님의 방문이었다. 유키무라의 시선이 이모님의 옆에 닿았다. 검은 머리의 소년, 사촌 형제가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오랜만, 세이이치, 세이카.
“준타, 올라가서 놀고 있을래?”
아직 저녁 시간까지는 조금 시간이 있었다. 시계를 체크한 어머니의 말에 소년, 테시마는 고개를 끄덕였다. 자주 방문했던 집이기에 테시마는 굳이 유키무라를 앞세우지 않고도 그의 방을 찾을 수 있었다. 하지만 테시마는 웃으며 세이이치, 가자. 하고 말해주었다. 물론 그것은 그 방이 유키무라의 방이기 때문이었지만, 그런 소소한 것은 신경 쓰지 않았다. 테시마가 가자고 해 줬으니까. 세이이치는 준타 형의 목소리가 퍽 좋았다. 여동생밖에 없는 유키무라에게 테시마는 친형이었으면 하는 존재였다.
두 사람 다 원체 시끌벅적한 것을 좋아하는 타입은 아닌지라, 방에 들어가서도 별 대화는 없었다. 침대에 아무렇게나 던져두고 나온 잡지를 본 테시마가 책을 보던 중이냐고 물어왔고, 유키무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테시마는 그럼 나도 책이나 볼까, 하고 들고 온 가방에서 잡지를 꺼냈다.
‘얘기, 하고 싶었는데.’
유키무라는 침대에 기대어 바닥에 앉은 테시마를 보며 슬쩍 입술을 비죽였다. 잡지는 언제라도 읽을 수 있었다. 아까까지 유키무라의 호기심을 유발하던 월간 프로테니스는 이미 유키무라의 흥미 밖이었다. 유키무라는 침대 위에 엎드려 테시마가 보는 잡지를 흘긋흘긋 보았다.
테시마가 보고 있는 잡지는 자전거 잡지였다. 유키무라는 지난번 테시마의 집에 갔을 때 보았던 흰색과 연둣빛이 섞인 가느다란 자전거를 떠올렸다. 자신이 타는 마마챠리와는 달랐다. 모양뿐이 아니었다. 유키무라는 테시마가 그것을 타는 것을 보았다. 그는 무척 빨랐다. 제 마마챠리와 같은 자전거가 아닌 것 같았다.
‘그래도 준타 형이랑 같이 테니스를 하는 쪽이 더 재밌을 텐데.’
테시마도 자신과 자전거를 타자고 권해왔고, 저는 그것을 사양했으니 테시마에게 테니스를 하자고는 하지 못했다. 하지만 아쉬웠다. 좋아하는 형과 좋아하는 것을 함께하면 더 좋을 것 같았다. 괜히 심술이 난 유키무라가 잠깐 생각에 빠졌다가 입술을 끌어올리더니 이불 위에서 굼지럭거렸다. 바스락거리는 소리에 테시마가 고개를 돌리던 찰나였다.
“세이이ㅊ…!?”
테시마가 고개를 반쯤 돌렸을 때 유키무라가 제 밑에 있던 이불을 끌어다 테시마를 덮어버렸다. 졸지에 이불에 갇혀버린 테시마가 이불 속에서 놀라서 퍼덕거리는 것이 느껴졌다. 아하하, 유키무라가 웃음을 터트렸다. 사나다나 바깥에서의 유키무라를 아는 이들이 보면 놀랄 광경이었다. 유키무라는 초등학생답지 않게 얌전하고 조용했으니까. 테시마 준타는 유키무라 세이이치가 그 나이 또래 같아지는 유일한 상대였다.
이불 속에 갇혀 있던 테시마는 몇 번의 버둥거림 끝에 이불을 빠져나왔다. 한마디 하려다가 유키무라의 표정을 읽은 테시마는 곧 피식 웃고는 유키무라의 머리를 헤집었다. 다른 이라면 분명 웃으며 화를 냈을 테지만, 머리를 쓰다듬는 형의 손길이 나쁘지 않았다. 유키무라도 함께 웃었다.
평화로운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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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썼습니다. 유키테.
작년에 라다님이 중철 편집 처음 해보셔서 힘드셨다고 한 것도 있고
작년 편집을 보고 제가 경악을 했기 때문에
(...왜 줄간격 160요;;;;;)
이번엔 그냥 아예 평소 카피본 쓰는 편집으로 써서 보내드린 것입니다.
혹시 출력하시더라도 불편함 없으시게 8p로 딱 맞춰서. ㅇㅅ<)
사실 pdf를 이미지화 해서 올릴까 했는데
그러면 모바일로 읽기 불편하실까 싶어...
뭐, 작년에 쓴 '사건'에 비해 테시마 사이드는 1년전, 유키무라 사이드는 2년 전입니다.
테시마 사이드는 6월에 쓴 재능과 같은 시간대고...
굉장히 재탕같은 느낌에 찜찜했으나
라다님이 유키테 뭐 보고싶어요 라는 질문에 테시마 울려주세요 라고 대답하셔서
울려...보았습니다.
유키무라 사이드는 지난번에 트위터 한문단 리퀘 중에
본계쪽으로 유키테가 들어와서 썼던
[에어컨이 돌아가서 여름임에도 선선한 방에서 들리는 것은 책장 넘어가는 소리였다. 이쪽은 테니스 잡지. 저쪽은 자전거 잡지. 오랜만에 친척모임이라고 만났는데 기껏 하는게 방에서 스포츠 잡지나 팔락이는 거라니.
유키무라가 잠깐 생각에 빠지더니 슬쩍 입꼬리를 끌어 올렸다. 잡지를 덮고 침대에서 몸을 꿈지럭대는 유키무라의 얼굴에는 소악마의 미소가 떠올랐다.
"세이이ㅊ...?!"
테시마가 고개를 돌리기도 전에 제 밑에 있는 이불을 끌어다 테시마를 감싸버렸다. 테시마 준타는 유키무라 세이이치가 유일하게 제 나이 또래 같아지는 상대였다.]
< 이쪽의 어레인지였습니다.
사실 어제 새벽에 걍 급하게 후다닥 쓰다보니
어느 쪽이고 뭘 섬세하게 짜고 할 정신은 없었던...
[사실 초6 유키-중2시마 / 중1유키-중3시마 / 중2유키-고1시마 / 중3유키-고2시마(인하이 무렵) / 중3유키-고2시마(U-17, 주장시마)
일케 다 써보고는 싶은데 지금 1번 유키무라 사이드로 썼고 2번 6월이랑 지금 썼고 3번 작년에 썼네여]
라다님께 보낸 메일에 이렇게 썼는데
앞의 세 개는 했고 뒤에 두 개는...
중3유키-고2시마(인하이 무렵)는
유키무라는 에치젠에게 패배, 테시마는 소호쿠 우승이지만 본인은 인하이 출전 못함.
이 무렵이고
(일케 되면 시점적으로 중학쪽 전국대회가 시기가 느리므로 아마 유키무라 패배 직후)
중3유키-고2시마(U-17, 주장시마)는
유키무라 U-17 일본 대표로 뽑히고 테시마는 주장 됐을 때네여...
마지막이 가장 평화로울 거 같습니다. 테시마도 멘탈적으로 많이 성장했고.
뭐 언젠가 기회가 되면 쓰고 아님 말고<<
후기가 쓸데없이 기네요.
암튼 올해도 테시마 해피버스데이!!!
생일인데 꿀꿀한 글 줘서 어쩐지 미안하지만 그건 라다님 취향이 그래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