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弱虫

아라키타 야스토모, 달라진 건 네가 아니라 나였다

Celestyn_ 2016. 1. 24. 22:36

드림 글 전력 26회

달라진 건 네가 아니라 나였다

 



츠키모리 카구야

(개인지의 AU와 동일한 설정은 인간 관계도 정도입니다.

-이즈미다와는 초등학교부터, 쿠로다와는 중학교부터 친구.)




바깥에서 부는 바람은 제법 차가워졌지만, 여전히 부실에는 열기가 가득 차 있었다. 왕좌 탈환, 왕자 복권. 이즈미다 신 주장 아래의 하코가쿠는 어느 때보다 명확한 골을 향해 페달을 밟았다. 매니저인 카구야 역시 분주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카구!”

!”

 

부실 구석에서 기록을 정리하던 카구야가 쿠로다의 부름에 조르르 달려갔다. 아라키타는 구석 벤치에 앉아 그 모습을 턱을 괸 채 쳐다보고 있었다.

 

야스토모.”

뭐냐, 신카이.”

 

부실엘 다 오고. 음료를 마시며 제 옆에 앉는 신카이를 흘긋 흘겨본 아라키타는 다시 정면에 시선을 두었다. 쿠로다가 카구야의 이마에 꿀밤을 때렸는지, 카구야가 이마를 감싸 쥔 채 그를 노려보고 있었다. 어쩐지 턱을 괴지 않은 왼손에 힘이 들어갔다.

 

야스토모야말로.”

 

입시로 바쁘잖아? 신카이의 말에 아라키타는 턱을 괸 손으로 볼을 두드리며 입을 열었다.

 

…….”

 

정작 이유를 얘기하려고 하니 머리가 하얬다. 그러고 보니 왜지? 기실 펀라이드 이후 3학년들은 완전히 은퇴했다. 9월의 쿠마모토 레이스를 마지막으로 단체전에 참가한 적은 없었으며, 펀라이드 이후에는 아예 하코가쿠의 져지를 입은 적이 없었다. 바톤은 후배들에게 넘어갔다. 물론 저와 같은 2번을 짊어질 쿠로다 녀석도, 마지막에야 겨우 제가 바라던 성장을 보여주었다. 3학년들은 저 녀석들이 영광을 되찾아줄 것이라고 믿고 있었다. 그러니까, 그에 맞춰 그들은 자신의 길을 가면 그만이었다. 왕자의 짐을 후배들에게 물려주고, 새로 걸어나가면 그만이었다. 후쿠토미나 신카이는 메이소로, 자신은 요난으로, 토도는.

 

이쪽이 물었잖아.”

 

어쩐지 할 말이 없었던 아라키타가 침묵 끝에 신카이에게 쏘아붙였다. 신카이가 씩 웃으며 아라키타의 어깨에 팔을 둘렀다.

 

토이치로한테, 들었거든. 네가 매일같이 부실에 온다고.”

 

덕분에 잔뜩 기합이 들어가 있긴 한데, 네 입시는 괜찮은 거냐고 하던데. 신카이의 말에 아라키타가 그를 떼어내며 머리를 긁적였다.

 

매일은 아니거든, 매일은.”

 

말해놓고도 최근의 기억을 더듬어보니 사실이 그랬다. 어제도, 그제도. 부실에 한참 앉아 있다가 돌아갔던 것 같았다. 은퇴하기 전까지는 매일같이 부실에 오더라도 제 연습에 열중하느라 정신이 없었으니, 후배들 입장에선 아라키타의 시선을 이렇게 오래 받은 것은 처음인 셈이었다. 사실 이즈미다가 신카이를 호출한 것도 그래서였다. 매서운 눈초리로 아무 말 없이 몇 시간이고 쳐다보는 아라키타 때문에 못 살겠다며 몇몇 후배들이 우는소리를 해온 탓이었다. 아라키타는 신카이가 온 이유는 전혀 모른 채, 최근 머릿속을 떠다니던 의문을 해소하기 위해 입을 열었다.

 

, 신카이.”

?”

쿠로다랑 매니저, 원래 저렇게 친했냐?”

 

아라키타의 질문에 신카이가 눈을 크게 뜨고 그를 쳐다보았다. 아라키타는 여전히 시선을 정면에 고정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정면에는 카구야가 있었다. 잠시 눈을 깜빡이던 신카이는 허탈하게 웃으며 긍정했다. 이즈미다가 자신을 호출하게 만들었던 원인, 아라키타가 매일 부실에 방문하는 근본적 이유를 어쩐지 알 것 같아졌다.

 

, 소꿉친구니까.”

그야 그렇지만.”

 

그래도 저렇게 가까웠던가. 아라키타의 중얼거림은 꽤 작았지만, 바로 옆에 앉아있는 신카이에겐 들렸다. 신카이는 쿠로다와 카구야와 아라키타를 둘러보고는 볼을 긁적였다. 휴우, 뭔가 일이 재밌게 된 거 같은데.

 

, 우리가 빠졌으니까 더 챙겨줄 수도 있겠지. 쿠로다는 거의 확정적인 내년 레귤러 멤버기도 하고.”

 

야스토모도 2, 인정했잖아? 신카이의 말에 아라키타가 머리를 거칠게 헝클어뜨렸다. 신카이가 말한 이유는 알 것 같았지만, 가슴 부근에서 거치적거리는 이 답답함은 뭔가 다르다고 외치고 있었다.

 

야스토모.”

…….”

 

신카이가 일어나며 아라키타의 등을 두드렸다. 문득 신카이를 올려다봤다가 왠지 이유모를 눈빛으로 보는 녀석 덕에 영 거슬리던 기분이 더 울컥했다. , 뭐냐 그 눈빛은. 아라키타의 노려봄에 신카이는 어깨를 으쓱였다.

 

그렇게 계속 보고 있으면, 더 자주 붙어있는 거 같을걸.”

?”

두 사람은 크게 변한 게 없지만, 지금은 야스토모가 그쪽을 계속 보고 있으니까 더 자주 붙어있는 것처럼 보이는 거 아닐까,”

 

이 이상 알려줄 생각은 없었다. 이즈미다나 쿠로다가 소꿉친구인 카구야 주변에 떠도는 날파리, 들을 꽤 전심전력으로 쫓아내고 있다는 것은 신카이도 알고 있었다. 그리고 특히 쿠로다가 적극적인 이유도. 하지만 3년간 함께해 온 아라키타에게 조금 더 마음이 가는 것도 어쩔 수 없었다. 막지도, 밀어주지도 않을 생각이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두 사람 다 괜찮은 남자고. , 신카이가 그들을 봐 온 최소 2년 내내 쿠로다의 감정에 대해 전혀 눈치채지 못한 카구야가 그런 감정선의 변화를 눈치채길 바라는 건 너무 큰 기대일터다.

 

, 이 경우엔 차라리 먼저 움직이는 사람이 유리하지 않을까.”

 

영문 모를 신카이의 말을 한 귀로 흘리며 아라키타는 눈을 깜빡였다. 신카이는 응원하듯 아라키타의 어깨를 툭툭 두드리고 등을 돌렸다.

 

힘내, 야스토모.”

 

토이치로한테는, 이유를 얘기해주기 힘들겠는걸. 신카이는 뒷목을 긁으며 부실을 빠져나갔다. 혼자 남겨진 아라키타는 여전히 약간 얼빠진 얼굴로 자리에 앉아 있었다. 잠시 정신을 놓아버린 아라키타의 앞에 그림자가 졌다.

 

아라키타 상.”

 

무슨 일 있으세요? 처음 보는 아라키타의 얼빠진 모습에 부원들을 다 챙겨주고 자리로 돌아가던 카구야가 다가온 참이었다. 최근 아라키타가 자주 오는 것도, 그게 고민이라 이즈미다가 신카이를 호출한 것도 알고 있었다. 신카이 상은 무슨 얘기를 했길래 아라키타 상이 이렇게 된 거지. 카구야가 무릎을 굽히고 아라키타와 시선을 맞췄을 때, 아라키타가 벌떡 일어났다. 놀란 카구야도 주춤 몸을 일으켰다.

 

, 별일 없거든.”

 

볼일 봐라! 아라키타는 그 말을 남기고 등을 홱 돌려 부실을 빠져나갔다. 멍하니 눈을 깜빡이던 카구야는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자리로 돌아갔다. 부실 문이 쾅 닫히는 소리가 나고, 몇몇 부원들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소리가 부실을 울렸다. 카구야는 문을 잠시 쳐다보다가 기록을 다시 정리하기 시작했다.

 

 

……미친.”

 

부실을 나온 아라키타가 한참을 걷다가 머리를 싸매며 입을 열었다. 아라키타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신카이의 말, 갑자기 눈앞에 나타났던 카구야. 그리고 눈을 마주친 순간 미친 듯이 박동하던 심장. 단서들은 하나의 답을 가리키고 있었다. 카구야가 변한 게 아니라, 아라키타 자신의 마음이 변해버린 거라고. 겨울바람이 달아오른 볼을 식히듯, 아라키타를 스쳐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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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으로 드림주가 연하인 건 처음 쓰네요.

우리집 늑대의 오리주인 카구야를 빌려온 건 쿠로다와의 관계 때문입니다.

쿠로다한테 또 못할 짓 하는 기분인데...


티스토리 재개장한지는 좀 된 것 같은데 첫 글이네요. 

기존 글 백업은 포기... 포기했습니다ㅠ0ㅠ) 9n번까지 다시 올리기가 넘 힘들어줍니다...

현재 기존 글은 홈페이지에.

그래도 나중에 혹시 모르니까 절대 주소는 지난 번 블로그에 이어서.

혹시 이 뒤로 백업본이 올라오더라도 절대 주소는 지난번과 동일하게 유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