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弱虫

[아라ts토도] 아가씨와 호위무사

Celestyn_ 2016. 2. 3. 02:36

겁쟁이 페달

아라키타 야스토모 x ts 토도 진파치



아가씨와 호위무사




 

요즈음 아가씨가 유난히 넋을 놓고 지낸다는 이야기는 어느새 사용인들 사이에 자자하게 퍼졌다. 소문을 전하는 목소리에는 걱정이 섞여 있었다.

명문 토도 가의 둘째 여식, 진파치는 평소 미형의 외모와 달변으로 저택 내 단란한 분위기의 중심이었다. 그녀가 지나간 곳에는 으레 웃음꽃이 피게 마련이었고, 사용인들도 가족들도 그녀에게만큼은 약했다. 그러나 그녀에게 상냥하지 않은 이가 이 저택에 딱 하나 있었다.

 

뭐냐?”

 

우중충하게. 설치해둔 의자에 앉아 멍하니 정원을 바라보던 이에게 구태여 다가와 던진 아라키타의 말에 토도가 발끈해 고개를 들었다. 우중충하다니! 이 미모를 눈앞에 두고 그런 소리가 나온단 말이냐! 바락 거리며 일어나는 소녀를 보며 아라키타가 머리를 툭툭 두드렸다.

 

, 평소랑 다를 바 없네. 뭔지 몰라도 작작해라?”

 

호위무사가 고용인의 자녀를 대하는 것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아라키타는 토도에게 허물없이 대했다. 물론 처음에는 아라키타도 그녀에게 나름대로 존대를 붙였지만, 그 존대가 의미 없을 정도의 비꼼과 언쟁이 오가면서 어느새 존대조차도 똑 떨어져 버린 것이었다. 물론 아라키타가 그렇게 행동할 수 있는 데는 토도의 암묵적 용인이 있었기 때문이었으나, 두 사람 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았다. 잠시 골이 난 표정으로 사라지는 아라키타의 뒷모습을 보던 토도의 어깨가 금방 축 처졌다.

 

하아…….”

 

입에서 튀어나오는 한숨은 누군가 들었다면 아가씨답지 않다고 할 정도로 축 가라앉아 있었다. 아무도 그 원인을 몰랐다. 토도 본인을 제외하고는.

 

벌써 바람이 따뜻해지지 않았느냐.’

 

바깥을 나설 때 걸치는 것의 두께가 달라졌다. 살을 에던 추위는 물러갔고, 신록이 만개하는 계절이 성큼 다가와 있었다. 물론 토도가 봄을 싫어하는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좋아했다. 나무는 옅은 녹빛을 품고, 꽃은 아름답고, 그 가운데에 있는 자신은 더욱 아름다웠다.물론 아라키타가 들었다가는 개소리하지 말라고 할 소리였다.하지만 봄이 오면.

 

넌 어떻게 할 생각이란 말이냐.’

 

방금 사라진 뒷모습이 눈앞에 그려졌다. 토도는 잔상을 쫓아내듯 가볍게 고개를 털었다. 아라키타가 이 저택에 온 것이 약 1년 전이었다. 새싹이 움트기 조금 전, 급한 사정으로 고향에 내려간 호위무사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임시로 고용한 이가 아라키타였다.

처음에는 굉장히 맘에 들지 않았다. 그는 사나웠고, 타인과 어우러지려 하지 않았다. 화를 추구하는 토도에게는 무척이나 싫은 이였다. 그래서 몇 번이나 부딪혔는데, 어느새 그가 이 저택에서 가장 편한 이가 되어 있었다. 아라키타에게만큼은 꾸미는 일 없이 자신 그대로를 보여줄 수 있었다. 가족들은 저를 사랑해줬으나 바빴고, 고용인들은 상냥했으나 거리를 두었다. 제 이야기에 언제나 웃으며 호응해줬으나, 딱 거기까지였다. 하지만 아라키타는 건방지게도 그녀를 스스럼없이 건드렸고, 그녀에게 허물없이 말했다. 유일한 이였다.

 

계약기간이 끝나면, 떠나는 것인가.’

 

워낙 한 곳에 발붙이고 사는 성정은 되지 못한다고 들었다. 이 저택에 오기 전까지도 여기저기 꽤 흘러다녔다고. 아마 한 번 떠나면 그를 만나는 건 요원할지도 몰랐다. 진파치는 자신이 태어난 저택이 있는 성 밖으로 나가본 적 없었고, 아라키타는 이 성에서 산 시간보다 성 바깥에서 살아온 시간이 길었으니까. 생각의 흐름이 끝없이 흘러가다가, 토도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 아가씨?”

 

사용인들이 불러오는 목소리가 들렸으나, 토도는 들리지 않는다는 듯 저택 안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평소와는 달리 큰 보폭으로 성큼성큼 걷는 토도를 사용인들이 당황한 모습으로 따랐다.

제 방에 도착한 토도는 다른 사용인들을 모두 물리고 방을 뒤지기 시작했다. 지난 생일 선물로 들어왔던 목걸이부터 시작해 귀금속들이 줄줄이 방 구석구석에서 튀어나왔다. 토도는 그것들을 그러모아 하나의 짐으로 만들었다.

 

 

아라키타!!”

 

큰 목소리로 제 이름을 부르며 성큼성큼 다가오는 아가씨를, 아라키타는 의아한 눈으로 쳐다보았다. 물론 제가 그녀의 신경을 건드리는 일이 꽤 잦았으나, 오늘은 아까 머리를 두드린 것 외에는 전혀 한 것이 없었다. 그리고 그 정도는 평소에도 얼마든지 있던 일이었다. 꽤 박력 넘치게 다가오는 토도를 아라키타는 의아한 얼굴로 쳐다보았다.

 

!!”

뭐야?”

 

아라키타는 뜬금없이 토도가 내미는 짐 보따리를 의아하게 쳐다보았다. 비단 보자기로 싼 듯한 짐은, 꽤 묵직해 보였다. 토도의 팔이 바들바들 떨리는 것을 보고 아라키타는 일단 그것을 받아들었다. 묵직한 것이 자수 외에는 제대로 뭘 들어본 적도 없는 아가씨가 용케도 이런 걸 들고 왔다 싶었다. 한 손으로 받쳐 들고 보니, 뭔가 제멋대로 찰랑거리는 것들이 짤랑 소리를 냈다.

 

이게 대체 뭐야?”

내가 가진 전부다!!”

 

토도의 대답을 이해할 수 없어 아라키타는 눈을 깜빡였다. 아라키타가 답이 없자 토도는 잠시 입을 우물거리다가 큰 목소리로 외쳤다.

 

이거, 전부 줄 테니 평생 내 곁에 있겠다고 계약해라!!”

 

토도의 폭탄선언에 아라키타는 물론, 황급히 그녀를 따라왔던 사용인들이나 아라키타의 주변에 있던 다른 호위무사들이 동그란 눈으로 토도를 쳐다보았다. 토도는 질러놓고도 부끄러웠는지 빨갛게 달궈진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잠시의 정적 후, 아라키타가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처음으로 들어보는 호쾌한 웃음소리였다. 토도도 놀라 고개를 들었다.

 

이게 계약금이다 이거지?”

, 그래!!”

이거 어쩌냐. 난 꽤 유능해서, 네 생각보다 비싼데.”

 

아라키타의 답에 토도의 얼굴이 단박에 시무룩해졌다. , 그거론 모자란 거냐? 그러면, 내가, 어떻게든. 토도의 눈동자가 갈 곳을 잃고 흔들리는 것을 보고 무척 유쾌해진 아라키타가 씩 웃었다.

 

됐다. 이거보다 더 큰 계약금 받았으니까.”

?”

 

흔들리던 토도의 눈동자가 아라키타에게 고정되었을 때, 아라키타가 한 손을 뻗어 토도의 손을 잡아당기더니 손등에 짧게 입을 맞췄다. 좌중이 경악에 물들었으나, 그는 전혀 아랑곳하지 않는 모양이었다.

 

, 지켜주겠다고. 평생.”

 

처음 보는 아라키타의 환한 웃는 얼굴에, 토도의 심장이 세차게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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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이 아라토도 데이라고 푸신 차륜님 썰(https://twitter.com/richi_ilbal/status/694526087318011908)에 치여

멋대로 연성.

사실 이대로 괜찮은가... 싶긴 하지만

제가 좋으니까 된 거 아닐까요 (넘

아라키타 좋아해!! 토도도 좋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