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세킨] 포기하지 않는 남자
겁쟁이 페달
코세키 쇼 x 킨조 신고
※ 당연하지만() 킨조 스페어 바이크의 내용이 숨쉬듯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포기해야 한다. 그렇게 생각했다.
절대로 포기하지 않는 남자. 절대 포기하지 않고 끈질기게 달라붙는 돌길의 뱀. 로드를 달리는 킨조의 별명이었다. 그는 그 별명대로 끈질기게 달렸고, 결국 3학년이 되어 염원의 인터하이 우승을 손에 넣었다. 킨조 자신은 그 별명을 퍽 좋아했다. 제가 매달리고 있다는 것을 나타내는 것 같아서. 킨조는 매사에 노력했고, 언제나 그에 상응하는 결과를 손에 넣었다. 하지만 유일하게 그렇게 매달려서는 안 되는 것이 있었다.
‘사랑, 이라…….’
노트에는 두 글자가 적혀 있었다. 恋. 그리고 愛. 자신은 사랑(恋)을 하고 있었다. 넘봐서는 안 될 사람을.
코세키 씨는, 킨조에게는 등대와 같은 존재였다. 자신이 나아가야 할 곳을 언제나 비춰주고 있었다. 코세키 씨와 함께 달린 시간은 킨조의 삶 전체를 두고 보면 아주 짧은 시간이었으나, 그는 언제나 제 가슴 속에서 자신의 등을 밀어주었다.
동경하는 이에게 기쁜 소식을 전해주고 싶었다. 페달을 밟는 킨조의 마음 한구석에는 언제나 그런 마음이 숨어 있었다. 그 마음은 킨조도 모르는 사이 덩치를 불려갔고, 어느새 킨조 자신도 감당하지 못할 만큼 커져 있었다.
인터하이의 우승을 보고하며 그가 자신을 ‘자랑’이라고 해줬을 때, 가슴이 떨렸다. 포기하지 않는 남자라고 해줬을 때, 자신의 노력을 전부 인정받은 것 같았다. 심장이 튀어나올 것처럼 두근거렸다. 그의 자랑일 수 있어 기뻤다. 그리고 그 마음은 끝내 ‘그의 곁에서 웃고 싶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안 될 말이었다. 코세키 씨는 가정을 가진 남자였으니까. 그의 곁에 있는 사람은 자신이 아니었다. 자신일 수 없었다. 그러니까 포기해야 한다, 고 생각했다.
“좋아합니다. 코세키 씨.”
그러니까 이렇게 아주 오랜만에 만난 코세키 씨 앞에서, 고백 같은 것을 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 만남은 갑작스러웠다. 마침 코세키 씨가 이 근처에 출장 오실 일이 있다고 연락을 해오셨다. 이제 곧 대학생이 되는 거냐며, 수험 힘내라고 어깨를 토닥여주셨고, 그걸로 기뻤다. 하지만 감정은 흘러넘쳐 댐이 터진 것처럼 입에서 터져 나왔다.
“물론 나도 좋아하지. 내 자랑이라니까, 신고 너는.”
“코세키, 씨.”
그가 그렇게 받아 주었을 때, 깔끔하게 포기하고 넘겼어야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미 흘러넘친 사랑을 막을 방법은 없었다. 코세키 씨의 얼굴에 균열이 가는 것을, 킨조는 어렴풋이 알 수 있었다. 받아들여질 수 있는 사랑이 아니었다. 남자가 남자를, 그것도 가정이 있는 남자를.
“킨조.”
그렇게 불렸을 때, 킨조는 무척 놀랐다. 그는 언제나 자신을 이름으로 불러주었다. 중학 시절부터 지금까지 줄곧. 그 이름에 어리광을 부리고 있었던 걸지도 몰랐다.
“너라면, 잘할 거다.”
대학 생활도, 널 사랑하는 사람과의 연애도. 코세키 씨는 그렇게 말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킨조의 어깨를 살짝 짚었다. 가벼운 터치였지만, 킨조는 그것이 무척 뜨겁게 느껴졌다. 어깨에 닿았던 타는 듯한 온기가 떨어져 나가고, 코세키 씨는 짧은 인사와 함께 카페를 떠났다. 고맙다.
네가 어려서 잘못 알고 있다거나, 그런 얘기를 했다면 킨조는 정말 무너졌을지도 몰랐다. 코세키 씨에게는 한참 어린 자신이지만, 이 감정을 착각할 정도로 어리지는 않았다. 킨조는 코세키 씨를 사랑(恋)했고, 이것은 결코 치기 어린 감정이 아니었다. 코세키 씨 역시 그의 감정이 절대 가볍지 않음을 알아주었다는 뜻이었다. 마지막의 고맙다는 인사는. 오랫동안 그를 알아왔기에, 그의 말 속에 숨어있는 뜻 정도는 알 수 있었다. 그가 잘할 거라고 말한 ‘사랑하는 사람과의 연애’의 대상이 결코 코세키 씨는 아니라는 것도.
고교 시절을 바쳐 좇아왔고, 사랑해왔던 남자를 보내며 킨조는 입술을 꾹 다물었다. 사랑(愛)을 하고 싶었다.
그날 이후, 킨조 신고의 휴대폰에 코세키 쇼의 이름이 떠오르는 일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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탘님의 트윗(https://twitter.com/skxns030/status/694919725067870209)에 시작된 코세킨...
약간 전력 달리는 기분으로 달렸습니다.
굳이 괄호 속에 넣어가며 코이와 아이를 구분한 이유는 둘 다 우리말로는 사랑이지만...
사실 처음에는 일본에서 愛人을 그 정부...의 의미로 썼었지, 하는 게 문득 떠올랐는데
그래서 코이랑 아이의 차이가 뭐지? 하고 검색해봤더니
뜻밖에... 愛 자체는 그냥 사랑이더라구요.
이 어감의 차이는 대충 감으로 갈라내는 편이었는데
恋와 愛의 차이라고 검색해보고(사실 이게 자동검색어로 완성돼서... 일본인들도 묻는 건가. 싶어졌습니다.)
가장 눈에 띈 것은 이거였습니다.
1・恋は、一人でもできるもの。
2・愛は、二人でないとできないもの。
恋는 혼자서도 할 수 있는 것. 愛는 둘이 아니면 할 수 없는 것.
그 외에도 차이점 9가지를 정리해둔 페이지가 있었는데, 이걸 읽으면서
음 이렇게 쓰면 되겠구나. 하고 가닥이 잡혔습니다.
사랑(愛)을 하고 싶었지만, 사랑(恋) 밖에 할 수 없었던 킨조.
킨조는 좋아합니다. 그치만 스페바가 너무나도 킨조의 트루 러브... 옛남자...
아무튼 쓰면서 즐거웠으니 된 거겠지요.
아이디어 주신 탘님께(사실 멋대로 낚아챔)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