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弱虫

[요난조] Happy Birthday

Celestyn_ 2016. 4. 2. 22:17

요난조 Happy Birthday




요난 마치미야

킨아라 성향 있음




달력 한 장을 넘겼을 뿐인데 이제는 정말 완전한 봄이라는 느낌이었다. 등굣길에는 벚꽃을 비롯한 봄꽃들이 피어나서 거리를 물들였고, 자전거를 타며 헤치는 바람이 괜히 부드럽게 느껴졌다. 그리 감상에 젖거나 그런 성격은 아니지만, 아라키타는 드물게 들떠 있었다.


“1학년 아라키타, 들어갑니다.”


이제 약 1주일 뒷면 아라키타는 2학년이 될 거고 새로운 1학년이 들어오겠으나, 그때까지는 1학년이었다. 지난 1년간 익숙해진 인사를 입에 담으며 부실 문을 열고 들어섰으나, 그의 인사를 받을만한 이는 부실에 없었다.


“왔나.”

“여어, 아라키타―.”


마치미야와 킨조인가. 아라키타는 인사해서 손해 봤다고 짧게 혀를 차며 캐비닛에 가방을 집어넣었다. 방학인지라 집에서부터 유니폼을 입고 와서 옷을 갈아입을 일은 없었다. 이대로 나가기만 하면 되지만……. 아라키타가 자리에서 일어나는 킨조를 흘긋 보았다. 입술이 작게 달싹였다.


“? 무슨 할 말 있나?”


아라키타와 눈이 마주친 킨조가 평소와 다른 그의 태도에 의아하다는 듯 물었다. 아라키타는 목구멍 아래에서 간질거리는 말을 할까 말까, 고민하였다.


“뭐 하냐, 안 나가?”


마치미야가 아라키타를 채근했다. 아무래도 두 사람은 아라키타를 기다리느라 부실에 있었던 모양이다. 잠시 고민하던 아라키타가 짧게 한숨을 내쉬고는 입을 열었다.


“나 내일 생일이다.”


말했다. 딱히 무언가를 바라는 것은 아니었다. 그냥, 킨조에게 생일 축하를 받고 싶다는 낯부끄러운 감정이었다. 제 안에 이런 간질간질한 감정이 있었다는 게 놀라울 정도였다. 내일이 평일이었다면 그냥 내일 지나가듯 말하거나 했을지도 모르지만, 내일은 토요일. 연습이 없는 날이었다. 아라키타는 괜히 얼굴에 열이 오르는 기분에 시선을 홱 돌려 부실을 빠져나가려고 발을 들었다. 마치미야의 웃음이 터진 것은 그 순간이었다. 멈칫, 아라키타의 움직임이 멈췄다.


“생일이라니, 너무 뻔한 만우절 거짓말 아니냐??”


마치미야는 싱글싱글 웃으며 아라키타의 등을 팡팡 쳤다. 아라키타의 눈썹이 살짝 들렸다가 곧 제자리를 찾았다. 그러고 보니 생각조차 못 하고 있었다. 제 생일 전날이자 4월의 첫날. 4월 1일이 바로 만우절이라는 것을, 방금 마치미야에게 들을 때까지 완전히 까먹고 있었다. 왜 그걸 잊었나. 신나서 장난을 쳐올 토도나 신카이가 없어서였을까. 아라키타의 입술 끝이 파르르 떨렸다.


“이왕이면 오늘이라고 하지 그랬냐.”


마치미야의 말에 아라키타는 대답하지 않고 킨조를 보았다. 킨조는 큰 표정의 변화 없이 잔잔하게 미소를 띠고 있었다. 젠장. 입이 썼다. 아라키타는 그대로 부실을 빠져나왔다. 두 사람도 따라 나오는 것이 느껴졌지만, 표정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뒤를 돌아보지도 않고 자전거에 올라타서 먼저 달려나갔다. 아라키타! 뒤에서 마치미야의 목소리가 들려 왔다.


대충 코스를 한 바퀴 돌 즈음에는 마치미야, 킨조와 함께 달렸지만, 그 후로 더는 생일 얘기는 하지 않았다. 진짜 생일이라거나, 그런 변명 같은 얘기를 하기에는 사실 처음에 생일이라고 얘기를 꺼내는 것부터가 꽤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다. 그렇게 열심히 속이려고 하지 않아도 된다거나, 뭐 그런 얘기가 돌아 올까 봐 더더욱 입술은 움직이지 않았다. 


선배나 다른 동기들도 하나둘 합류하고, 만우절 장난도 몇 번인가 있었다. 주변에서 웃음이 터져나올 때마다 어쩐지 속이 거슬렸지만, 적당히 어울려 가며 연습을 마쳤다. 괜한 미련이 남을 것 같아 저녁도 어울리지 않고 쌩하니 돌아왔다.




“하…….”


집에 들어오자마자 일찌감치 씻고 귀갓길에 사 온 도시락으로 저녁을 때운 뒤 침대 위로 몸을 던졌다. 시선을 돌리자 보이는 시계는 10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생일까지 2시간. 아라키타는 휴대폰을 들어 라인을 켰다. 대화창들의 나열 가운데서도 제법 위에 있는 킨조의 이름을 보자 한숨이 나왔다. 


아까, 거짓말 아니, 문장을 채 완성하기도 전에 아라키타는 손가락을 꾹 눌러 그것들을 전부 지워버렸다. 됐다. 잠이나 자자. 깨어 있으니 자꾸 정신이 복잡해져서 아라키타는 한숨과 함께 휴대폰을 대충 머리맡에 올려두고 눈을 감았다. 조금 이른 시간이라 제법 뒤척였지만, 서서히 수마에 몸을 맡겼다.





- 딩동


아라키타의 잠을 깨운 것은 머리맡에서 들리는 메시지 수신음과 초인종 소리였다. 빛나는 휴대폰은 방에 짙게 깔린 어둠을 밝혔고, 아라키타는 잔뜩 인상을 찌푸리며 일어났다. 희미하게 보이는 시계는 시침과 분침이 나란히 겹쳐져있었다. 어떤 새끼가 이 시간에 초인종을 눌러……. 딩동. 다시 한 번 벨이 울렸다. 영 정신이 몽롱한 채로 아라키타는 휘적휘적 현관으로 걸어갔다.


“누구세요.”


대답 대신 벨이 다시 한 번 울렸다. 아라키타는 인상을 팍 찌푸리고는 문을 열었다. 그리고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눈을 깜빡였다.


“아라키타 생일 축….”


킨조와 마치미야가 나란히 입을 열었다가 약속이라도 한 듯 말을 잃었다. 잤냐? 마치미야가 물어왔지만 아라키타는 멍하니 눈만 깜빡였다. 눈앞에 들이밀어 진 케이크 상자에 덩치 큰 사내새끼들이랑은 어울리지도 않는 고깔모자.


“뭐냐……?”

“생일이잖아.”


어벙벙한 얼굴로 겨우 물어오는 아라키타에게 마치미야가 당연하다는 듯 대답했다. 만우절 뻥이라며. 아라키타의 말에 마치미야가 피식피식 웃었다.


“삐졌냐? 그쪽이 만우절 거짓말이었지! 놀랐지!!”

“자는 걸 깨웠다면 미안하다, 아라키타.”


유쾌하게 웃는 마치미야와 조금 미안한 표정의 킨조. 하! 아라키타는 짧게 숨을 내뱉고는 일단 뒤로 물러났다. 들어와. 동네 시끄럽다. 아라키타가 집 안으로 들어가며 불을 켰다. 킨조와 마치미야가 마주 보며 웃더니 아라키타의 뒤를 따라 집 안으로 들어섰다. 파티를 시작할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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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사히 아라키타 생일이 가기 전에 쓰긴 했는데...

음 이것은 과연 무언가의 번데기인가.

사실 이 뒤에 좀... 생일 축하하고... 뭐 제대로 그런 것도 쓰고 싶긴 했습니다만... 시간... 시간이...(외면

애초에 미야도 킨조도 알고는 있었습니다.

둘이 먼저 얘기하고 있던 것도 뭐 그런 거고...

아라는 아무것도 모르고 삐졌지만(?

사실 좀 제대로 된 킨아라로 쓸 예정이었는데 뒤가 생략되다보니까 

그냥 킨아라가 묻어 있는지 아닌지 뭐 그런 요난대가 됐네요.


아라키타 생일 축하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