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弱虫

[아라아라] 아무도 없는 부실에서

Celestyn_ 2016. 8. 8. 20:00

겁쟁이 페달

아라키타 야스토모(초기) x 아라키타 야스토모




아라키타 : 아라키타 / 야스

초기아라 : 야스토모 / 토모





오늘도 어김없이 남들의 세 배의 연습을 소화하고 나니 주위에는 이미 짙은 어둠이 깔려있었다. 더운 여름, 가르는 바람은 눅눅한 습기를 머금고 있었고, 한낮의 열기에 달아오른 아스팔트는 아직 채 식지 않아 지상의 온도를 높이는 데 한목했다. 근래 이어지는 열대야 덕에 밤공기도 그리 시원하지 못했다. 한낮의 한증막 같은 공기보다야 나았지만.

턱을 타고 뚝뚝 미끄러지는 땀방울을 손으로 쓸어서 털며 아라키타가 부실로 들어섰다. 몸을 둘러싸고 있던 눅눅하고 뜨거운 공기가 흩어지고 서늘한 에어컨 바람이 몸을 감쌌다. 아라키타가 인상을 찌푸리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불도 켜져 있고, 에어컨도 돌아가는 중인데 부실에는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어떤 놈이야?”


문단속이야 제가 있으니 그렇다 치고, 에어컨까지 켜둔 채로 돌아가다니. 내일 한마디 해야겠다고 생각하며 안으로 발을 디뎠다.


우선 에어컨부터 끈 아라키타는 수건으로 대충 땀을 닦아내고 의자에 널브러졌다. 서늘하게 식은 공기 덕에 몸이 부르르 떨렸다. 젖은 머리에 수건을 얹자 시야가 가려졌다. 오늘도 한계 직전까지 달린 덕에 다리가 무거웠다. 땀이 식어가며 달아올랐던 몸이 빠르게 서늘해지는 것이 느껴졌다. 이대로 있다가는 감기에 걸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지만, 바닥에 눌어붙은 몸은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았다. 하품이 절로 나왔다. 의식이 점점 흐려지려는 순간이었다.


“야스 군, 그러고 있으면 감기 걸린다구?”


머리 쪽에 무언가 얹어지는가 싶더니, 머리를 덮고 있던 수건이 스르륵 바닥으로 떨어졌다. 아라키타가 가늘게 눈을 뜨며 고개를 꺾어 위를 올려다보았다. 저와 똑 닮은 얼굴이 저와는 어울리지 않는 웃음을 지으며 비어있는 자리에 앉았다.


“귀여운 얼굴.”


야스토모는 입꼬리를 슬쩍 올리더니 고개를 숙여 아라키타의 콧등에 입술을 눌렀다. 잠시 입술 도장을 찍나 싶었더니 살짝 혀를 내밀어 콧등을 쓸었다. 아라키타가 파드득 자리에서 일어났다. 야스토모가 그런 아라키타를 보며 묘하게 눈꼬리를 접더니 그대로 한 자리 옆으로 옮겨 이번에는 아라키타의 입술을 삼켰다.

눈을 깜빡이던 아라키타도 이내 입을 살짝 열어 야스토모의 키스를 받아들였다. 에어컨의 냉기에 식었던 몸에 야스토모의 온기가 미지근하게 옮겨왔다. 집어삼킬 듯한 키스가 끝나고 떨어진 두 사람의 거리는 여전히 주먹 하나 정도로 가까웠다. 야스토모는 발갛게 달아오른 아라키타를 보며 만족스럽게 웃었다.


“……에어컨 네가 켜놨냐.”

“더우면, 야스 군. 하기 싫다고 할 거잖아.”

“시원하다고 해서 부실에서 하겠냐, 보케나스.”


아라키타가 퉁명스레 받아치자, 야스토모는 색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아라키타를 뒤로 밀어 눕히고 그의 몸에 올라탔다. 아라키타가 미간을 좁혔지만, 그것조차 사랑스럽다는 듯 쳐다보고 이번에는 아라키타의 이마에 입술을 눌렀다. 그리고 부드러운 손길로 아라키타의 몸을 쓸어내렸다.


“기숙사로 돌아가서 옆방의 후쿠 쨩에게 들려주는 것보단, 아무도 없는 부실이 낫지 않아?”


야스토모가 웃으며 몸을 아래로 내렸다. 절대 물러설 생각이 없어 보이는 야스토모의 표정에 아라키타가 한숨을 쉬었다. 그 작은 한숨 소리를 신호로 두 사람의 몸이 얽혀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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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 아라가 나오면 분위기가 위험해지고 그런 것입니다...ㅎ

이 짧은 걸 쓰는데 사흘이나 걸리다니...(털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