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弱虫

[킨아라] 주방의 구세주 side

Celestyn_ 2016. 8. 10. 17:00

겁쟁이 페달

킨조 신고 x 아라키타 야스토모




주방의 구세주 side





두 사람 다 자전거를 타고 있었기에 마트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킨조가 주륜장에 자전거를 세우자 아라키타도 나란히 자전거를 세웠다.


“갑자기 뭔데, 진짜.”


킨조가 대뜸 달려나가기에 따라오기야 했지만, 너무 갑작스러웠다. 아라키타가 미간을 찌푸렸다. 킨조의 제안에 혹한 것은 사실이었으나, 과한 친절이었다. 제가 계란만 먹든 어쩌든 킨조와는 전혀 관계없는 일이었으니까. 


“뭐, 괜찮지 않나. 나도 혼자 먹는 것보단 누구랑 같이 먹는 게 더 좋고.”


킨조는 아라키타의 등을 툭툭 두드리고 입구로 향했다. 뭐라고 해도 킨조의 고집이 꺾이지 않을 거란 것을 깨달은 아라키타는 한숨과 함께 뒷머리를 거칠게 헝클어뜨리고 그의 뒤를 따랐다.

마트에 들어서자 벌써 에어컨을 가동하기 시작했는지 서늘한 공기가 몸을 감쌌다. 킨조는 장바구니를 집어 들고 성큼성큼 안쪽으로 걸어 들어갔다. 아라키타는 킨조의 뒤를 졸졸 따랐다.


“아라키타. 나베 좋아하나?”

“좋아하긴 하는데, 좀 덥지 않냐?”


킨조의 질문에 순순히 대답하다가 휘말렸다는 걸 깨달은 아라키타가 합하고 입을 다물었다. 킨조가 그런 아라키타를 보며 웃었다.


“고기랑 야채를 다양하게 먹기엔 나베가 좋으니까.”


아라키타의 물음에 대답한 킨조는 채소들을 꼼꼼히 살펴가며 하나둘 장바구니에 넣었다. 버섯, 당근, 감자, 배추……. 

킨조는 하나를 골라 담을 때마다 아라키타의 기호를 물었다. 굳이 따지자면 위장에는 야채 보다는 되는 대로 고기를 집어넣자 주의였지만, 지금은 계란만 아니라면 뭐든 좋을 것 같았다. 고기와 비교하면 덜 좋아한다뿐이지, 특별히 가리거나 싫어하는 것은 아니었으니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아라키타는 킨조의 뒤를 졸졸 따라다니며 끄덕이거나 고개를 저었다. 그러다가 문득 킨조의 손에 들린 장바구니를 빼앗아 들었다. 장바구니에 식재료들이 하나, 둘 들어설 때마다 마음에도 뭔가 하나둘 얹히는 기분이 든 탓이었다.


“내가 든다.”


갑자기 손이 가벼워진 킨조가 장바구니를 들고 걸어가는 아라키타의 뒤통수를 보았다. 두어 번 눈을 깜빡인 킨조의 얼굴에 미소가 떠올랐다.


“아라키타, 그쪽이 아니라 이쪽이다.”


마침 채소를 다 담았으니 이제 고기를 살 차례였다. 킨조가 웃음이 담긴 목소리로 아라키타를 불렀다. 아라키타는 잠시 멈칫하더니 뒤돌아서 빠른 걸음으로 킨조를 지나쳐 킨조가 가리킨 방향으로 향했다. 입술을 꾹 깨문 아라키타의 귀 끝이 살짝 붉게 물들었다. 어쩌다 그걸 발견한 킨조는 아라키타에게 들리지 않게 미소를 덧그렸다.


“좋아하는 고기가 있나?”


여태까지는 바로바로 답이 튀어나왔는데, 이번에는 아라키타가 입을 꼭 다물고 눈만 굴렸다. 킨조가 그런 아라키타와 눈동자를 마주치자 잠시 뒤 아라키타가 머뭇머뭇 입을 열었다.


“…뭐든, 고기면.”


킨조는 직감적으로 그게 정답이 아님을 알아챘으나, 반박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일부러 말하지 않는 것이라면, 굳이 추궁할 필요는 없었다.―물론, 어제오늘 있었던 일에 대해서는 저 좋을 대로 잊어버렸다.―

그러고 보니, 가라아게를 좋아했지. 문득 뇌리를 스쳐 간 생각에 닭 다리 살 한 팩을 집어 담았다. 샤부샤부용 돼지고기까지 담자 장바구니가 수북해졌다. 


“그럼 이만 가볼까.”


킨조가 뭘 만들려고 하는지도 알지 못하기에 그저 짐만 들고 있던 아라키타가 고개를 끄덕였다. 고된 부활동 후에 장까지 봤더니 꽤 배가 고팠다.

계산대에서 울리는 삑, 삑 소리가 꽤 오래 이어졌다. 아라키타는 그 과정들을 멀뚱멀뚱 지켜보고 있었다. 처음에 봉지에 아무렇게나 담았더니 킨조가 그를 제지한 탓이었다. 킨조는 장 본 것들을 차곡차곡 나누어 담았다.

계산을 마치고 마트를 나올 때, 봉지는 아라키타의 양손에 들려 있었다. 킨조가 하나는 제가 들겠다고 했으나, 아라키타는 완고했다. 이쪽이 신세 지는 입장에서 몸이라도 쓰겠다고 우기자 킨조도 두 손을 들 수밖에 없었다.

하늘은 어느새 주홍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배고프다. 아라키타가 무심코 중얼거렸다.


“얼른 가서 저녁 먹자.”

“엉.”


주륜장에서 각자 자전거를 꺼내온 두 사람이 안장에 걸터앉으려는 찰나였다. 킨조가 멈칫하더니 페달에서 발을 떼고 다시 땅으로 내려왔다.


“뭐냐?”


아라키타가 킨조를 쳐다보았다. 킨조는 잠시만 기다리라고 하더니 어딘가로 사라졌다. 아라키타가 그 뒷모습을 잠시 쳐다보다가 저도 자전거에서 내려와 대충 기대섰다.


잠시 뒤 돌아온 킨조의 손에는 뭔가 작은 봉투가 들려 있었다. 킨조가 다가오자 고소한 기름 냄새가 아라키타의 코를 자극했다.


“뭔데?”

“간단하게 이거 좀 먹고 가자고.”


킨조가 내민 것은 편의점표 가라아게였다. 아라키타가 눈을 끔뻑였다. 이럴 필요 없다고 하려던 찰나 킨조가 아라키타의 말을 가로막고 말을 이었다.


“들어가서 밥까지 하려면 시간 걸리는데 내가 배고파서 그래.”


잠시 그것을 바라보고 있던 아라키타가 얌전히 받아들었다. 킨조가 뿌듯한지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돈 들어오면 진짜 거하게 쏠 테니까.”

“그래, 그래.”


차마 가라아게의 유혹을 거절할 수 없었던 아라키타가 우물거리며 말했다. 킨조는 그런 아라키타를 보며 자비롭게 웃었다. 두 사람은 잠시 조용히 각자 몫의 가라아게를 먹었다. 주홍빛 노을이 그런 두 사람을 비춰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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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de라고는 하지만, 따로 봐도 되는 이야기....라고 쓴 거 같은데 전후 설명이 없으면 좀 어려울까요?

걍 아라키타가 돈 막 쓰다가() 용돈 똑 떨어져서 일주일 째 달걀만 먹고 살고 있었는데

킨조가 구해주는 이야기랍니다...☆

앞에는 이상한 아라키타를 떠보는 킨조/마치미야나 그 앞의 사정이

뒤에는 킨조가 아라키타네서 밥해주는 내용이 들어갑니다.


게북 총 용량이 12p였는데, 한참 오버할 거 같아서 쳐냈던 내용인데

쓰고 싶어서 총대분들 허가를 받고 사이드 에피소드 느낌으로 썼는데

쓰면서 자꾸 노잼같아서...ㅎ

사실 올리는 지금도 그런 거 같아요. 질러놨으니까 올리긴 합니다...


본 에피소드는 이번 디페에서 발행되는 킨아라 게스트지 뱀과 늑대의 시간(@kinaraatteok)에 수록됩니다.

앞에서 말했듯 장보는 이야기라 따로 봐도 되는 얘기기 때문에 전체공개 했으나

앞뒤가 궁금하시면 게북을 ㅇㅅ<)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