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라토도] 할로윈의 악몽
겁쟁이 페달
아라키타 야스토모 X 토도 진파치
할로윈의 악몽
Trick or Treat. 잠결에 들리는 그 짧지만 무시무시한 주문을 무시해서는 안 됐었다고, 아라키타는 뒤늦게 후회하게 된다.
“아라키타~ 아침이다.”
“음…….”
길게 기지개를 켜며 늘어지게 하품을 한 아라키타는 뭔가 평소와 다른 기묘한 느낌을 받았다. 뭐지. 뭐, 집에서 별일 있겠나. 정체 모를 위화감을 가볍게 넘긴 아라키타는 슬렁슬렁 욕실로 향했다.
“토도- 아침 메뉴는?”
아라키타는 눈꼬리에 물방울을 매달고 긴 하품과 함께 배를 벅벅 긁으며 토도를 불렀다. 평소라면 아무리 집이라도 그렇게 너저분하게 돌아다니지 말라며 한바탕 잔소리가 쏟아졌을 법도 한데, 오늘따라 조용했다. 분명 아까 자신을 깨웠으니 깨어있는 것은 분명한데, 오늘은 무슨 일인지. 위화감이 한 장 더 얹어졌지만, 아직까지도 아라키타는 아무 생각이 없었다. 그리고 욕실에 들어가 칫솔을 쥔 순간―
“뭐야, 이게!?!?!?!?!?”
집안에 아라키타의 절규가 울려 퍼졌다. 아라키타는 칫솔을 내던져버리고 거울에 바싹 달라붙었다. 머리에 달린 삼각형의 무언가. 아라키타의 경악과 함께 바짝 곤두선 그것은 짐승의 귀였다. 거울 너머로 그 귀를 더듬던 아라키타는 머리로 손을 가져갔다.
말랑말랑하고, 부드러운 털이 달린 그것은 어딜 봐도 고양이의 귀였다. 어젯밤까지는 아라키타에게 없었던, 없는 것이 당연한 것. 아라키타는 그것을 잡아떼려고 했지만, 잡아당김과 동시에 느껴지는 고통이 이것이 진짜 몸에 달려있으며, 꿈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었다. 그리고 아라키타는 이런 짓을 할 만한 이를 떠올렸다.
“토도!!!!!!”
욕실 문을 벌컥 열고 토도의 이름을 부르자, 멀리 갈 것도 없이 토도가 욕실 앞에 서 있었다. 토도는 기분 좋다는 듯 웃고 있었다.
“흠, 역시 어울리는구나.”
“역시는 뭐가 역시냐!! 역시 네놈이지!!!!”
아라키타는 토도에게 달려들어 바로 멱살을 잡아 올렸다. 멱살이 잡힌 채로도 토도는 화내기는커녕 유쾌하게 웃고 있었다.
“하하, Trick or Treat라고 하지 않았느냐.”
토도의 말에 아라키타가 얼이 빠졌다. 대체, 언제? 생각해보면 토도라고 타인한테 자유롭게 주술을 걸 수 있지는 않았다. 기본적으로 주술이라는 게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발동하지 않는 것이니까. 그러니까 토도는 저, 서양의 장난을 주문 삼아 제게 주술을 걸었단 얘기다. 자신은 사탕을 주지 않았기 때문에 주술이 발동했고. 아라키타는 기억을 더듬었다. 그리고 어제, 비몽사몽에 토도의 목소리를 무시하고 잠들었던 것이 그제야 떠올랐다.
“이 사기꾼이, 사람 자는데 날치기로 통과시킨 거냐!?”
“하하, 사기꾼이라니. 섭한 소리를 하는구나, 아라키타여.”
“이 미친놈아!!”
아라키타가 하악질을 하자, 귀는 물론이고 엉덩이의 꼬리도 빳빳하게 곤두섰다. 아라키타는 그제야 엉덩이 쪽의 이질적인 것의 존재감을 느꼈다. 토도, 이 미친 새끼가!!
“하루 한정의 주술이니, 너무 걱정은 말지로다.”
“하루고 한 시간이고 싫다고!!”
아라키타가 버럭버럭하자, 토도는 숨겨두었던 비장의 무기를 꺼내 들었다. 막대기에 매달린 작은 공이었다. 이 새끼가? 아라키타가 다시 한 번 소리를 지르기 직전, 토도가 그것을 아라키타의 코 가까이 들이댔다. 킁킁. 본능적인 움직임과 함께 귀가 쫑긋거렸다.
“자아.”
토도가 그것을 멀리 빼자, 아라키타는 본능적으로 쥐고 있던 토도의 멱살을 놓고 공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 틈을 놓치지 않은 토도는 빠르게 빠져나와 아라키타와 거리를 두고 공을 살랑살랑 흔들었다.
“죽고 싶냐……?”
살벌한 말투와는 정반대로, 아라키타의 눈은 공을 쫓고 있었다. 당장에라도 공을 향해 달려나가려는 몸을 이성이 필사적으로 붙들고 있었다. 후후후, 죽고 싶을 리가. 토도는 대답하면서도 연신 공을 흔들었다.
공의 움직임과 함께 귀도, 코도 쫑긋거렸다. 본능의 움직임이었다. 결국, 본능에 굴복한 아라키타가 토도에게 다가가 공을 향해 손을 뻗은 순간, 토도가 다시 한 번 손을 뒤로 뺐다. 손을 뻗다가 순간 균형을 잃은 아라키타가 토도의 위로 무너져 내렸다.
“하하하, 실로 유쾌하구나!”
“…너, 목 씻고 기다려라.”
“안타깝게도, 그 모습으로는 전혀 위협이 되지 않는데.”
공을 쟁취해낸 아라키타를 보며 토도가 말했다. 내일이 걱정이긴 하지만, 하루 동안의 장난으로 귀여운 모습을 보았으니, 역시 수지타산이 맞는 장사였다. 토도는 제 위에서 공을 갖고 노는 아라키타를 보며 흐뭇하게 웃었다.
다음날, 나도 죽고 너도 죽자며 달려드는 아라키타와 한바탕 술래잡기를 하게 되지만, 아직은 주술의 결과물을 즐길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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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주술사라거나 산신이라거나. 여러가지 기반 설정을 생각해보려다가
할로윈인데 아무렴 어때 해서 배경 설명은 싹 날려버렸습니다(대체
주술이 풀린 뒤에 토도는 여러가지 의미로 괴롭힘을 당하게 됩니다만
거기까진 쓸 기력이 안되므로 하하(이사람
아라키타 힘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