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라쿠로] 피어나다
겁쟁이 페달
아라키타 야스토모 x 쿠로다 유키나리
피어나다
※ 세계 시리즈
(https://celestyn.postype.com/post/540099)
“유키!”
이즈미다의 목소리가 들렸다. 쿠로다가 멍하니 뒷걸음질 쳤다. 걸음이 닿았던 곳이 하얗게 얼어붙었다. 쩌저적, 소리에 쿠로다는 멍하니 눈을 깜빡였다. 익숙한 능력, 하지만 익숙하지 않은 출력이었다. 분명 정기 검진을 위해 기지로 가던 중, 아니 거의 기지 앞이었는데―
“……하?”
반대로 기지에서 나오다가 쿠로다와 스친 검은 머리의 남자가 미간을 찌푸렸다. 옆에 있던 단발머리에 머리띠를 한 사람은 먼발치에서지만 본 적이 있었다. 카나가와 지부에서 단순한 힐링이 아닌 만능에 가까운 리커버리를 보유한 이는 저 남자, 토도 진파치를 포함해 다섯이 채 되지 않았으니까. 쿠로다의 영민한 머리는 이내 남자의 정체를 알아냈다. 아라키타 야스토모, 레어도로는 단연 카나가와 지부 탑을 달린다는 사람.
“뭐야, 능력 조절을 못 하는 병아리는 제어구라도 차고 다니든가.”
“아라키타!”
옆에서 토도가 아라키타를 잡아당겼다. 너는 그 입이 문제다! 토도의 책망에 아라키타가 인상을 팍 찡그렸다. 내가 뭐 틀린 말 했냐?
“유키, 괜찮…”
“오지 마, 토이치로.”
능력 개화 이후 오랜만에 느끼는 감각이었다. 아니 이 정도로 강하게 느껴진 것은 처음이었다. 크라운이 감각의 제어를 벗어나 날뛰는 감각. 쿠로다가 손을 뻗어 이즈미다를 막았다. 괜히 잘못 닿았다가는 친구를 상처 입힐 수도 있었다. 일단 이걸 어떻게 해야……. 이상 사태에 혼란에 빠진 쿠로다를 보며 토도가 아라키타의 옆구리를 찔렀다.
“아, 뭐.”
“후쿠라면 돕자고 했을 텐데.”
“……젠장.”
아라키타가 거친 한숨과 함께 머리를 헝클이다가 쿠로다의 손목을 잡았다. 잠― 두 사람의 거리는 제법 가까웠던 탓에 쿠로다가 말릴 틈도 없었다. 하지만 그의 손이 닿는 것과 몸 안에서 통제를 듣지 않던 차갑고 날카로운 기운이 빠르게 가라앉는 것이 느껴졌다. 쿠로다는 그제야 아라키타의 ‘레어도 탑급’의 능력이 무엇인지를 떠올렸다. 크라운 조절.
“넌 따라오고, 넌…… 따라오든지 말든지.”
아라키타가 쿠로다를 가리켰다가, 이즈미다를 가리켰다. 그리고 쿠로다의 손목을 잡은 채 저벅저벅 기지 안쪽으로 걸어 들어갔다. 토도가 쯧쯧 혀를 차다가 이즈미다의 어깨를 도닥이며 안으로 이끌었다.
이후 쿠로다는 제 능력의 폭주 또한 아라키타의 영향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상성이 맞는다던가― 지난 검사 때까지만 해도 레벨 3 판정이었던 것이 단숨에 레벨 6 판정이 났다. 쿠로다 본인도 믿기 어려워 눈을 껌뻑였으나, 제가 원흉임을 알게 된 아라키타는 더더욱 어이가 없다는 것 같은 표정이었다.
이날 쿠로다의 랭크 판정이 하루아침에 뒤집어지는 바람에, 아라키타의 새로운 효용성에 대한 논의가 나왔다거나, 쿠로다의 소속 기지가 바뀌어 아라키타와 같은 기지로 배속이 되었다거나, 그보다 조금 더 지나서는 모종의 사건으로 이즈미다마저 합류했다든가 여러 가지 일이 있었지만 알 리 없는 쿠로다는 제 능력 레벨 향상의 원흉을 보며 멍하니 입을 벌릴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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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까요 이건.
짧게 날려쓰다보니 약간 의불이 되었습니다만
오랜만에 세계 시리즈입니다.
쿠로다의 능력이 제대로 '피어난' 계기가 된 사건.
원래 D랭크였던 쿠로다는 단숨에 B랭크로, 1년 뒤에는 A랭크로 승급합니다.
초능력 에유 쓰고 싶은데... 하고 보다보니 쿠로다 설정 부분에 [원래 D랭크 레벨이었는데 아라키타랑 만나서 능력 개화 한 것으로.]
라는 문구가 있더라고요. 과거의 나 저거만 딸랑 써놓으면 어째.
사유는 메나님과 러드님의 지옥의 랜덤 컾링이었지만
쓰고 나니 올만에 세계 시리즈를 적은 기분이라 그냥 머 할만했습니다.
이즈미다도 이후 배속 기지가 옮겨지는 모 사건이 있습니다만 이건 신카이랑 엮인 쪽.
이쪽이라면 쓸 생각이 있었지만 쿠로다랑 아라키타 에피소드는 우선 순위가 그리 높은 편이 아니었는데
어쩌다보니 이쪽을 먼저 써버렸네요... 세계 에유 또 내고 싶다....(에유뼝자)
아무튼 천만년만의 뉴 웹연성이 이해하기 어려운 자체 AU라 면목이 없을 따름입니다... (대머슥
와~ 오랜만에 새로 이어지는 넘버 쓰니까 123이네요 왠지 기분이 좋군(??)
좋은 밤 되시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