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누카이] 홀로 선 코트
테니스의 왕자
이누이 사다하루 x 카이도 카오루
홀로 선 코트
화사하게 피었던 봄꽃들이 지고, 파릇파릇한 녹색이 땅을 물들이기 시작하면, 또다시 기나긴 여름을 향한 여정이 시작된다. 작년과 올해의 다른 점은 시합에만 신경 쓰면 되었던 작년과는 달리 자신이 다른 부원들을 이끄는 처지가 되었다는 점이었다.
“카이도, 레귤러전 대진표는 이걸로 되겠냐?”
“예.”
류자키 감독의 말에 대진표를 본 카이도가 끄덕였다. 본격적으로 지구 예선에 대비하는 봄 레귤러전. 최적의 멤버 선발을 위한 포진이었다. 누구든 방심하면 레귤러에서 떨어질 수 있었고, 분발하면 레귤러가 될 수 있었다. 졸업한 선배들도, 에치젠도 없는 세이가쿠를 관동, 전국 2연패로 이끌어야 했다. 모모시로도, 다른 동료들도 있었지만 역시 부장이 느끼는 부담은 한층 다른 종류의 것이었다. 작년에는 데즈카가 안고 있던 짐이, 카이도를 짓눌렀다.
"Game, 카이도 카오루 6-2!“
승리의 콜과 함께 카이도는 네트로 다가갔다. 감사합니다, 부장! 후배가 제가 내민 손을 마주 잡으며 꾸벅 크게 몸을 숙였다. 저를 부르는 호칭은 가끔 조금 무거워서, 작년의 데즈카 선배는 부상당한 팔로 이걸 전부 버텼구나, 하는 감상에 종종 젖어 든다.
부를 이끌어야 하는 것과는 별개로 카이도의 플레이 스타일은 여전했다. 그의 특기인 스네이크로 상대를 달리게 해 체력을 깎아버리는 플레이 스타일. 그리고 올해의 카이도는 혼자 코트에 섰다. 부메랑 스네이크를 때려 박는 위치는 단식 라인 안쪽. 그것은 이미 작년에 완성된 기술이었으나, 때때로 카이도는 그것이 어색했다.
그의 선배, 이누이가 카이도를 두고 싱글스 플레이어라고 칭한 것과는 다르게 작년 카이도는 유독 더블스로 활약했다. 그리고 코트의 같은 면에는 대부분, 그가 있었다. 상대를 분석해 데이터를 읊는 카이도의 선배가.
고등부로 진학한 이누이와는 종종 연락하고 있었다. 세이가쿠에서 가장 효과적인 벌칙은 여전히 이누이즙이었다. 물론 이제 그것을 만드는 사람이 이누이는 아니었지만. 레시피는 그의 것이니, 이누이즙이라 불러도 틀리진 않을 것이다.
모모시로는 경악하며 이누이 선배가 졸업했는데도 왜 이누이즙을 마셔야 하냐고 기겁하였으나, 카이도는 네가 그렇게 경악할 정도니까 벌칙으로 딱 좋지 않으냐고 잘라냈다. 사실 카이도도 ‘그것’을 마시는 것은 끔찍했으나, 그건 제법 좋은 핑계가 되었다.
원래 말이 많지 않은 편인 카이도는 보통 누군가에게 먼저 연락하지 않는다. 이누이는 데이터에 관해서는 끝없이 이야기를 하는 데다가, 은근히 수다스러운 편이기까지 하지만, 어디까지나 그것은 면대면의 경우일 때이다. 휴대폰을 통한 소통에는 제법 담백한 편이었다. 그러니 이런 ‘핑계’라도 없으면, 아마 두 사람의 연락은 끊어졌을지도 모른다.
올해는 단식 선수로 코트에 설 예정이었다. 복식 층이 옅은 것은 세이가쿠의 유구한 약점이었다. 골든 페어 외에는 마땅한 정규 복식조가 없었으니, 작년의 레귤러 중에서 복식을 뛰지 않은 것은 극악의 협조성을 자랑하는 에치젠과 굳이 복식을 뛰지 않아도 완벽한 단식을 자랑하는 데즈카 정도였다.―에치젠의 교쿠린전과 데즈카의 시텐호지전은 형식은 복식이었지만, 시합을 본 사람이라면 그 누구도 도저히 그 시합들을 복식이라고 부를 수 없을 것이다.―
모모시로와 카이도도 페어를 짠 경력이 있었고, 앙숙인 만큼 서로를 잘 알았기 때문에 페어로서는 궁합이 아주 나쁘진 않았다. 하지만 쟁쟁한 상대들이 잔뜩 포진하고 있는 전국에선 역시 복식에서의 1승보다는 단식에서의 2승에 무게가 실리고 마는 것이었다.
카이도는 이누이가 먼저 복식을 제안해왔던 작년을 떠올렸다. 그때까지만 해도 혼자 서는 코트가 넓게 느껴질 줄은 몰랐는데. 코트 밖으로 나온 카이도는 속으로만 쓴웃음을 지었다. 오늘도 연락해볼까. 그의 선배는 좋은 상담자이기도 하니, 오늘은 ‘핑계’가 아닌 다른 얘기를 해도 괜찮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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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레인님 랜덤 리퀘.
정확히는 랜덤빵에 걸린 건 쿠로아라였고 그쪽도 써야합니다만...
이누카이 받자마자 여기에 팍 꽂혀버려서 이건 써야한다... 하고...(습슬)
원랜 어찌됐든 쿨알을 먼저 써서 올려야지 했는데 쿨알로 머리 싸매다가 후다닥 써내려갔습니다.
이누이는 등장하지 않지만 이누카이가 맞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