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CO

아라키타 야스토모, 짝사랑

Celestyn_ 2018. 9. 3. 00:57

2014.07.12 재업


※ 크로스 오버 주의

※ 오리주 주의







짝사랑

아라키타 야스토모 x 사이토 카즈에

(겁쟁이 페달 x 테니스의 왕자 크로스 오버)


<전력 드림 60분~당신을 향한 스타티스>






  하늘이 푸르고 청명한 가을날, 날씨와는 관계없이 수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지루한 수학 수업에 하품하던 아라키타는 팔에 턱을 괴며 대각선으로 두 자리 건너에 앉아 있는 사이토를 힐끗 보았다. 사이토는 긴 머리를 높이 묶고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이 바로 앉아 필기를 하고 있었다. 

  수업 내내 꼿꼿한 자세로 앉아 있던 사이토는 앞에 있던 선생님이 수업을 마친다는 소리와 함께 종이 울리고 나서야 흐물흐물 무너져 내렸다. 항상 그랬다. 평소에는 어딘가 허술하고 멍해 보이는 여자가 무언가에 집중해 있을 때는 절대 흐트러지지 않는다. 종종 어딘가 부딪히고, 넘어지면서 선수들의 트레이닝에는 철저했다. 멍할 때의 모습과 집중했을 때의 날카로운 모습은 가끔 다른 사람이 아닐까 싶을 정도였다. 

  제멋대로인 것 같으면서도 타인을 우선 배려하는 녀석 덕분에 지난여름 조금 더 편하게 자전거에만 집중할 수 있었던 걸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모습에, 조금 반했는지도 모른다.


  하코가쿠 자전거부 3학년의 은퇴는 시즌이 끝나고 다소 쌀쌀해지기 시작할 무렵의 최종 주행회에서 이루어졌지만 인터하이 이후 부의 중심은 현 2학년들에게 옮겨갔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임시 매니저직을 맡았던 사이토도 자전거부에 출입하지 않게 되었다. 사실 그게 당연한 일이었으나 아라키타는 무언가 거슬리는 기분을 느꼈다. 손가락과 손톱 사이에 작은 가시가 박힌 것 같은 기분이었다. 그렇게 멍하니 하루가 지나갔다.



  주말을 잘 보내라는 담임교사의 종례에 반 학생들이 대답하면서 수업이 끝났다. 금세 왁자해진 와중에 아라키타의 눈에는 전화를 받는 사이토가 들어왔다.


  “여보세요? 응, 이제 수업 끝나서 합숙소로 갈 거야. ……응? 내가 좀 더 머니까 더 오래 걸릴 텐데? ……하긴 그러네. 그럼 겹치는 역부터 같이 가자. 응, 거기까지 한 40분 좀 넘게 걸릴걸? ……응. 아까 얘기 들었는데 유키무라 군이랑 아토베 군이 나란히 1군에 입성한 모양이더라. ……네 후배 중에도 실력 있는 애들이 많으니까. 데즈카 군이 없는 건 역시 아쉽지만.”


  사이토는 통화를 하며 짐을 챙기고 있었다. 별로 쌀 짐은 없었지만 적당히 가방을 챙긴 아라키타는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은 채 사이토를 쳐다보았다.


  “이제 출발할게. 그래, 조금 이따 봐 유다이.”


  가방을 다 챙김과 동시에 전화를 끊은 사이토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주변의 아이들과 인사를 나눈 뒤 사이토는 조금 뒤쪽으로 몸을 틀었다.


  “아라키타, 토도, 신카이. 오늘도 연습 있지? 잘하고 주말 잘 보내~”

  “사이토도 좋은 주말.”

  “오! 좋은 주말 보내라고!”

  “……아.”


  신카이, 토도, 아라키타가 순서대로 대답했다. 사이토는 손을 흔든 뒤 뒷문으로 빠져나갔다. 그와 동시에 토도와 신카이의 시선이 아라키타에게 모였다.


  “뭐.”


  아라키타가 인상을 찌푸리자 토도는 “힘내라, 아라키타.”라며 어깨를 툭툭 치고 교실을 빠져나갔고 신카이는 잠시 고민하다 “먹을래?”하며 주머니에 있던 초콜릿을 건넸다. 더욱 인상을 구긴 아라키타는 거칠게 일어나 신카이를 스쳐 토도의 뒤를 따라 자전거부로 향했다.



  녀석들의 같잖은 위로는 가라앉은 아라키타의 기분에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 인터하이가 끝난 뒤 사이토는 제가 원래 있던 길로 돌아갔다. 10월이 되면서 사이토의 동선은 교실과 기숙사 그리고 주말에 방문하는 테니스 U-17 일본 대표 합숙소 세 곳으로 고정되었다. 언제나 들리던 자전거부는 방문하지 않은지 꽤 되었다. 교실에 있을 때도 아까처럼 푹 퍼져있지 않으면 항상 관련 데이터나 책을 읽고 있었다. 

  사내놈들로 가득한 그곳에서 지난여름까지 자신을―정확히는 자전거부를― 봐왔던 것처럼 그놈들을 볼 사이토를 생각하면 아라키타의 기분은 바닥을 기었다. 지금 통화한 상대도 그쪽 관련 인물일 터였다. 게다가 이름. 사이토는 녀석의 이름을 부르고 있었다. 아라키타의 기분이 더욱 하향곡선을 그린 것도 그 때문이었다.



  언제나 담아두는 것이 없이 바로바로 내뱉는 성격의 아라키타였지만 고백은 언제나 목에 가시가 걸린 마냥 입 밖으로 나오는 법이 없었다. 그리 길지 않은 아라키타의 인내심이 이 아슬아슬한 짝사랑 상태를 얼마나 버텨줄지, 아라키타는 거칠게 제 머리를 헝클어뜨리며 빠르게 자전거부를 향해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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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업하면서 다시 봤는데 아라키타 괴롭히는 거 정말 좋아했네요. 지금도 좋아하지만.


덧붙이자면 카즈에의 통화 상대는 야마토입니다.

10.5권이 발매가 안 된 바람에 결국 아직도 비정발 네타인셈입니다만

10.5권에서 쿠로베 코치가 야마토의 프로필 메모에 

지도자 프로그램 권유해본다는 얘기가 있어서.

카즈에는 그 프로그램을 받기 위해 주말마다 꼬박꼬박 합숙소에 가고 있는 입장입니다.


카즈에 들어간 연성 재업이 첨인 것 같아서(재업 순서가 뒤죽박죽) 첨언하자면

오리주는 사이토 카즈에. 신테니의 U-17 멘탈 코치인 사이토 이타루 씨의 외동딸입니다.

덧붙여 원래 서포트 쪽으로(물론 테니스지만) 나갈 예정이었던 카즈에가 자전거부에 스카우트 당해서

인하이 한정으로 임시 매니저가 되었다는 뭐 그런 설정이 있는데 카즈에의 이야기를 언제쯤 쓸 수나 있을런지...

단편은 두어 편 더 있었던 것 같으니 생각나면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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