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弱虫

[킨아라] 최악의 만남 for.헤헿님

Celestyn_ 2016. 10. 29. 12:20

겁쟁이 페달

킨조 신고 x 아라키타 야스토모






최악의 만남


for. 헤헿님

리퀘스트 내용 : 킨조 집착공이요!! 이 집착은 뒤에서 수작(?)거는 것도 상관없구요...아예 납치감금해도 전 다 좋습니다






※ 초능력 AU입니다.

※ 납치, 감금 소재 주의

※ 킨조가 빌런입니다.(정확히는 소호쿠가)






흐려졌던 정신이 희미하게 돌아오는 순간, 아라키타는 묘한 위화감을 느꼈다. 평소보다 조금 더 묵직한 방의 냄새. 푹신한 제 방 이불과는 조금 다른 서걱거리는 천의 감촉. 무엇보다도, 왼쪽 손목에 닿은 이질적인 감각. 왼쪽 손목에만 닿아있지만, 전신을 얇은 실로 둘둘 감아둔 것처럼 신경에 거슬리는 이것의 정체를 아라키타는 알고 있었다. 자진해서 착용한 것도 여러 번이지만, 잠잘 때까지 차고 잔적은 없었다. 당연한 일이었다. 잠잘 때만큼은 아무 생각 없이 편하게 자고 싶었으니까. 애초에 아라키타의 능력이 혼자 있을 때는 아무런 힘도 발휘하지 못한다는 점도 있었다. 능력 제어구. 아라키타는 불길한 느낌에 번쩍 눈을 떴다.


“……뭐야, 여긴?”


모든 감촉이 자신의 방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고 있긴 했지만, 눈을 떴을 때 아라키타의 시야에 들어온 것은 정말 전혀 모르는 방의 풍경이었다. 아라키타는 눈을 두어 번 깜빡이다가 왼손을 들어보았다. 자르륵, 왼손이 움직임과 함께 묘한 금속성의 소리가 들렸다. 아라키타의 눈이 커다래졌다. 제어구, 그리고 제어구에 연결된 쇠사슬. 아라키타가 손목을 당겼다. 꽤 긴 길이의 쇠사슬은 침대 기둥에 이어져 있었다. 

잠기운에 취해 멍했던 정신이 점점 맑아지자, 아라키타는 이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머리를 굴렸다. 기억의 실을 더듬는 아라키타의 안색이 점점 어두워졌다.





꽤 오랜만에, 언제나의 멤버가 아닌 다른 지부로 차출당해 그쪽의 크라운과 팀을 짠 임무였다. 아라키타는 능력 특성상 후쿠토미들이 아니라도 자주 불려가는 편이었고, 임무 자체도 별로 어려운 것이 아니었으니 후딱 끝내고 돌아갈 생각이 만만이었다. 오늘 저녁 메뉴에 가라아게가 있었으니까. 그게 아니더라도 이런 뒤처리 임무에 시간을 오래 끌 생각은 없었지만. 

타 지부 소속인 아라키타의 힘이 필요했다는 것은 기실 꽤 골치 아픈 임무라는 뜻이었지만, 어차피 현상에 대해 분석하는 건 아라키타의 몫이 아니었다. 그저 눈앞에 있는 임무를 해치울 뿐. 임무는 순조로웠고, 일을 끝낸 아라키타는 보고 등 후처리는 다른 팀원에게 맡기고 그대로 기지로 돌아갈 예정이었다.


“!?”


갑자기 온몸을 짓누르는 감각. 아라키타를 포함 서넛의 팀원들이 전원 그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땅바닥에 내팽개쳐졌다. 크라운의 힘임을 직감한 아라키타는 반사적으로 능력을 약화하고자 하였으나, 어째선지 능력이 발동되지 않았다. 마치 제어구를 찬 것처럼, 아니 그보다 좀 더 무력해지는 것 같은 느낌의. 상황을 채 파악하기도 전에, 눈앞에 못 보던 그림자가 나타나고, 아라키타는 정신을 잃었다. 다른 팀원들이 어떤지 파악할 틈도, 여유도 없었다.





“씨발, 이게 어떻게 된 거야…….”


욕이 튀어나왔다. 뭔지는 모르지만 ‘납치’당한 것 같았다. 아마도 상대도 크라운. 그것도 한둘이 아니었다. 반 연합 세력인가. 아라키타는 손목을 잡아당기며 생각했다. 제어구는 단단하게 잠겨있었지만, 그나마 아라키타는 제어구에 신체적 영향을 받지 않는 축에 속했다. 능력 자체가 신체를 강화하는 계통의 능력이 아니었던 탓이다. 아주 거슬리지 않는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이 정도는 무시할 수 있었다. 능력을 쓸 수 있다면 좀 더 수월하게 탈출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오로지 능력에만 의존할 정도로 약한 인간은 아니었다. 그러니까, 일단 이 쇠사슬이라도 어떻게. 아라키타가 미간을 좁히고 쇠사슬에 집중하고 있을 때였다.


“벌써 일어났나. 별로, 의미 없을 텐데.”


귀를 꿰뚫는 낮은 목소리에 아라키타가 고개를 홱 돌렸다. 어느새 열린 문가에는 웬 남자가 서 있었다. 남자의 손에는 쟁반이 들려있었다. 남자가 문을 닫더니 슬렁슬렁 아라키타에게 다가왔다. 저 치가 저를 납치한 인물, 혹은 그와 연관된 인물임은 듣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

“배고프지 않나. 자.”


남자는 쟁반을 침대 위에 올려놓았다. 씨발, 이게 뭔지 알고 먹어. 아라키타는 적어도 그 자리에 나타났던 크라운이 셋 이상이라고 추정했다. 몸을 짓눌렀던 능력과 제 능력을 쓰지 못하게 막았던 능력 그리고 정신을 잃게 했던, 아마도 최면계의 크라운. 아라키타는 남자를 노려보았다.


“뭐, 천천히 먹으면 되니까.”

“넌 뭐냐, 이 새끼야.”


아라키타의 목울대가 울렸다. 늑대의 울음처럼 위협적인 목소리. 하지만 남자는 목줄이 매여 있는 늑대는 무섭지 않다는 듯 빙긋 웃었다.


“킨조 신고. 잘 부탁한다. 아라키타.”

“잘은, 무슨, 개씨발…….”


내려다보는 시선에 묻어나는 질척한 느낌. 아라키타는 제게 닿는 끈적끈적한 시선에 참을 수 없이 기분이 안 좋아졌다. 남자, 킨조는 안경 너머로 눈을 번득이고는 허리를 살짝 굽히며 아라키타의 뒷목을 잡아 그와 시선을 똑바로 마주했다. 아라키타는 그 순간, 시선 너머에서 먹잇감을 노리는 포식자의 느낌을 받았다. 본능적으로 소름이 돋았다.


“아직 정신이 없겠지. 조금 더 쉬어두는 게 좋아.”


킨조는 그렇게 말하고 다시 몸을 일으켰다. 아라키타가 벌떡 일어나 그의 멱살을 잡으려던 순간, 휘청 머리가 어지러웠다.


“쉬어두는 게, 좋을 거라니까.”

“씨발, 너…….”


몸에서 쭉 힘이 빠져나가는 느낌. 몸이 무거워지면서 흐려지는 의식. 아라키타는 이것이 아까 자신을 기절시킨 것과는 또 다른 종류의 크라운임을 깨달았다. 아까의 것이 단숨에 뇌를 지배하는 최면이라면, 이번에는 서서히 몸의 자유를 빼앗는 독. 그러면, 최소 넷……. 아라키타는 의식이 흐려지는 와중에도 최대한 이성적으로 생각하고자 노력했다. 노리는 게 뭔지는 모르겠지만, 마냥 잡혀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때 킨조가 아라키타의 왼손을 잡았다. 살며시, 마치 유리 세공품을 다루듯 그의 손을 잡고, 살짝 들어 올리고는―


“……!”


흐려지는 의식 속에서도 손바닥에 닿은 축축하고 뜨뜻한 느낌은 선명하게 느껴졌다. 킨조는 아라키타의 손바닥 깊숙이, 길게 입을 맞췄다. 그의 향취를 들이마시듯이. 당장에라도 뿌리치고 싶었지만, 몸을 지배하는 독이 아라키타의 움직임을 막아버렸다. 그렇게, 아라키타는 다시 깊은 어둠 속으로 가라앉았다.


풀썩 잠든 아라키타를 내려다보던 킨조는 침대의 쟁반을 옆의 테이블로 옮기고 아라키타를 똑바로 눕혔다. 이불까지 덮어주고, 가만히 그를 내려다보다가, 몸을 숙여 이번에는 아라키타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내리눌렀다. 버석하고 마른, 얇은 입술. 짧은 입맞춤을 끝낸 킨조가 다시 일어날 때까지, 이미 잠이 들어버린 아라키타는 반응하지 않았다. 


“뭐, 천천히 가보자고. 야스토모…….”


킨조는 아라키타를 뒤로하고 방을 나섰다. 어차피 방에 설치된 카메라의 영상은 킨조의 휴대폰으로 바로 송신되게 되어 있으니 굳이 방에 붙어 있을 필요는 없었다. 잠든 아라키타를 보고 있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지만, 사고를 쳤으니 수습을 할 시간이었다. 킨조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맴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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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째서인지 정말 불친절한 글이 되어버렸습니다만(AU에 설명도 없고 예...)

집착도, 납치 감금도, 킨조가 빌런이 되어주지 않으면 곤란했습니다...

제 안의 킨조 너무나도 벤츠였기 때문에<


다음에 내려는 킨아라와 비슷한 구조 배경입니다만...

그쪽에서는 후쿠토미가 간접적으로 납치당한다면, 이쪽은 아라키타가 바로 납치당해버렸네요.


뭐 일단 당장 필요한 능력들만 말해보자면

아라키타는 타인의 능력 강화/약화

킨조는 중독 / 마키시마가 최면, 혼란 / 타도코로가 중력

그리고 아라키타의 능력을 잡아맨 건 테시마와 이마이즈미의 콤비 플레이...로

(자세한 건 나중에 풀 수 있었음 좋겠네요)

아라키타의 추측보다 사람수가 많습니다.

그야 소호쿠 전원이니 많을 수밖에 없긴 합니다만()


초능력 AU는 일단 하코네를 위주로 굴러가고 있기 때문에

소호쿠는 때때로 빌런이 되기도 합니다()

메인 스트림에선 우리편이에요 일단은... 아마도...


같은 세계관에 비슷한 느낌으로 졸업생 배포전에 내고 싶습니다. 빌런 킨조로 킨아라.

후딱 끝내고 나갈 준비하려고 했는데 마무리하다보니 생각보다 시간이...

혹시 모자란 게 있음 추후 보태기로 하고 이만 총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