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弱虫

아라키타 야스토모, 손을 잡아줘

Celestyn_ 2018. 9. 3. 00:42

2014.08.16 재업


손을 잡아줘

아라키타 야스토모 드림

겁쟁이 페달





<전력 드림 60분 * 너의 빨강구두>






“아...”


마키는 멍하니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강둑을 걷다가 충동적으로 둑을 밟고 올라온 것은 좋았다. 노을에 물든 강은 예뻤고, 바람은 선선해 기분이 좋았다. 거기까지는 좋았는데 일어나서 내려가려고 보니 마땅히 발을 디딜 곳이 없었다. 위로 올라가자니 위는 공사 중인지 막혀 있었다. ‘어쩌지...’ 마키는 곤란한 표정으로 입술을 씹었다. 올라올 때는 무작정 올라왔는데 내려가자니 경사가 상당했다. 가만히 서서 봐도 내려갈 엄두가 나지 않아 마키는 다시 자리에 앉았다.

다리를 감싸고 멍하니 아래와 강 너머를 번갈아 보았다. 어떻게 내려간다... 해가 완전히 지지 않아 여전히 강은 붉게 물들어 있었다. 아까까지만 해도 그저 예뻤던 강을 내려다보며 마키는 고민에 빠졌다.


‘여기서 구르면 강에 빠지나...? 그래도 밑에 자전거 도로가 있으니 도로에 부딪히려나... 미끄러지긴 좀 그런데...’


무릎을 끌어안고 얼굴을 무릎 사이에 얹은 채 발가락만 까딱였다. 왜 올라왔지... 예쁘긴 한데... 마키는 입술을 주욱 내밀었다. 마냥 앉아 있을 수도 없어 어떻게든 일어나서 내려가 볼까... 자리에서 일어난 순간이었다.


“야, 카온!”


밑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고개를 숙이자 보인 것은 체레스타의 비앙키와 연인, 아라키타였다. 반가움에 손을 흔들려다 휘청한 마키는 다시 자리에 주저앉았다.


“위험했잖아 멍청아! 거기서 뭐하냐?”

“야스토모~ 못 내려가겠어~”


휘청한 마키를 보고 아라키타가 버럭 소리를 지르자 마키는 쭈그려 앉은 채 손을 바동거렸다. 아라키타는 하, 하고 짧게 한숨을 내뱉더니 비앙키를 세우고 마키가 있는 둑 아래쪽으로 걸어왔다.


“왜 거기 있는데?”

“예쁠 것 같아서 올라왔는데, 마땅히 디딜 데가 없어서 못 내려가겠어...”


시무룩한 표정으로 말하는 마키를 보며 아라키타는 이마를 짚었다. “멍청이가...” 아라키타는 성큼 둑 위쪽으로 올라오더니 살짝 아래쪽에서 마키에게 손을 뻗었다.


“잡아.”


마키는 조심스레 일어나 아라키타가 뻗은 손을 잡았다. “조심해서, 살살.” 마키는 아라키타의 지시에 따라 한걸음, 한걸음 조심히 내려왔다. 다시 땅에 제대로 발을 붙이자 마키의 얼굴이 환해졌다.


“야스토모, 땡큐!”


환한 얼굴로 팔짱을 끼는 마키를 내려다본 아라키타는 짧은 한숨과 함께 마키의 머리를 가볍게 쥐어박았다. “아!” 마키는 소리를 지르며 팔짱을 풀어 머리를 싸매고 아라키타를 째려보았다.


“뭘 잘했다고?”

“야스토모 미워...”


아라키타의 말에 할 말이 없어진 마키가 고개를 숙였다. 입술을 삐죽거리는 마키를 본 아라키타는 마키의 머리를 거칠게 헤집었다.


“괜히 쓸데없는 짓 하지 마라, 좀.”


아라키타는 가까이 세워 두었던 비앙키를 끌고 마키에게 다가왔다. “데려가 줄 테니까.” 한 손으로는 비앙키를 잡은 채 내밀어 오는 손을 마키가 가만히 바라봤다. 아라키타가 어서 잡으라는 듯 손을 까딱이고 나서야 마키가 한 손을 슬그머니 뻗었다. 아직 토라져 있단 걸 알아챈 아라키타는 휙하고 마키의 손을 낚아챘다.


“가자.”


살짝 내밀어진 마키의 손을 아라키타가 커다란 손으로 단단히 잡았다. “다친 덴 없냐?”라고 물어오는 아라키타의 물음에 마키는 그제야 “응.”하고 끄덕인 뒤 아라키타의 손을 마주 잡았다. 시야에 들어오는 노을이 아까보다 더 예쁘게 물든 것 같았다.



---------

아직 재업 덜 된 아라키타 연성이 있을 줄이야... 그래서 재업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