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庭球

시시도 료, 초콜릿보다 달콤한 건

Celestyn_ 2016. 2. 14. 22:11

드림 글 전력 28

초콜릿보다 달콤한 건

테니스의 왕자

시시도 료 드림



마키 카온





2월. 달콤 쌉싸래한 향기가 코를 간질이는 달. 그러나 수험을 앞둔 이들에게는 수험의 계절이기도 했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날엔 신경을 찌르는 예민함조차 달콤함으로 녹아내렸지만. 특히 여학생들에게 인기가 많은 테니스부 레귤러 멤버, 그중에서도 올해가 마지막인 3학년들은 아침부터 신발장이며 책상 위며 초콜릿에 점령당하지 않은 곳이 없었다.


“하아…….”

“고생이네.”


귀갓길, 온종일 시달린 탓에 잔뜩 지친 한숨을 내쉬는 시시도를 보며 마키가 한숨 섞인 웃음을 뱉었다. 시시도가 슬쩍 그녀의 눈치를 보았다. 마키와 사귄 지도 벌써 3년 반. 연인 사이가 되고 맞이한 밸런타인은 이것으로 4번째였다. 지난 3년간 어찌어찌 잘 거절해왔는데, 올해는 마지막이니 한 번만 받아달라는 간청들에 마음이 약해져 차마 거절하지 못했다. 쇼핑백으로 두 개 가득. 물론 거의 전교의 여학생에게 받아 아예 차로 실어간 아토베보다야 당연히 못하지만, 시시도가 받은 것도 충분히 많았다.


“카온.”

“응?”

“…미안.”


제대로 거절하지 못해서. 시시도의 말에 마키가 고개를 저었다. 뭐, 괜찮아, 괜찮아. 그 애들은 이게 마지막이잖아.


“아, 근데 수제는 없지?”

“응.”


문득 생각난 듯한 마키의 질문에 시시도는 빠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3년 전, 중학교 3학년 겨울. 마키와 사귀고 처음으로 맞이한 밸런타인에 열심히 도망 다니는 시시도가 조금은 안쓰러웠던 마키는 수제만 아니라면 받아도 된다고 했다. 그런데도 꼬박꼬박 거절해왔지만. 이번에도 수제만은 어떻게든 거절했다. 이제 효테이에서 마키와 시시도가 사귄다는 것을 모르는 이가 없기에 수제를 들고 오는 여학생은 별로 없었지만.


“그럼 됐어.”

“화, 안 났냐……?”

“애초에 내가 받아도 된다고 했는걸.”


시시도가 슬금슬금 그녀의 눈치를 보았지만, 그녀는 꽤 깔끔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저 얼굴을 믿기에는, 불안요소가 하나 있었다. 시시도가 아직 가장 받고 싶은 이에게선 초콜릿을 받지 못했다는 점. 언제나 아침에 등교할 때 수제 초콜릿을 건네 왔는데, 올해는 아직 소식이 없었다. 물론 마키도 수험 때문에 바쁠 테니 수제를 바라는 건 아니지만, 시판 초콜릿이라도 다른 이에게 받은 것보단 그녀에게 받는 게 몇 배는 의미가 있었다. 


“근데, 그…….”

“응?”


시시도가 계속 우물쭈물 그녀의 눈치를 보자 마키가 작게 웃음을 터뜨렸다. 물론, 내가 줄 것도 있지.


“근데 이렇게 될 것 같아서 굳이 아침에 들고 오진 않았어.”


짐이 늘잖아. 이따가 집에서 갖고 나올게. 마키의 말에 시시도가 살짝 미간을 좁혔다.


“짐이 아냐.”


다른 이들에게 받은 것이라면 모를까, 그녀에게 받은 초콜릿이 짐처럼 느껴질 리가 없었다. 그런 속내까지 읽었는지 카온은 배시시 웃으며 팔짱을 껴왔다.


“응응. 료가 그렇게 생각하는 건 알지만.”


아무리 받아도 된다고 했어도, 다른 애들 초콜릿이랑 섞여 있는 건 역시 좀 그렇고. 마키의 속삭임에 시시도가 고개를 끄덕였다. 마키에게 받은 것이라면 따로 챙기고 싶지만, 오늘은 확실히 양이 많아 가방에도 초콜릿이 들어있었다.


대화는 초콜릿에서 최근의 주요 화제인 수험으로 바뀌어서, 두 사람은 나란히 수험 얘기를 하며 걸었다. 유치원부터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까지 줄곧 함께 다녔지만, 처음으로 갈라지게 되었다. 두 사람이 지망하는 과가 달랐고, 그에 따라 지망하는 대학도 달랐다. 어쩐지 어색한 기분이었지만 서로의 꿈을 포기할 수는 없는 터라 서로 각자의 공부를 하고 있었다. 얘기하는 사이에 집 앞에 도착했다.


“그러면 나 금방 챙겨서 료 방으로 건너갈게?”


마키의 말에 시시도도 고개를 끄덕이고 집안으로 향했다. 바로 마주한 이웃집이라 서로 이웃한 대문을 열면 그만이었다. 시시도는 들어와 일단 가방과 쇼핑백을 적당히 옷장에 집어넣고 방을 정리했다. 마키와 수험공부도 하기로 했으니, 받은 걸 알고 있어도 눈에 띄지 않는 쪽이 좋겠다 싶어서였다. 서둘러 정리를 마쳤을 즈음, 벨이 울렸다.


“실례합니다―.”


마키의 한 손에는 책이 들어있는 에코백이, 한 손에는 제법 큰 쇼핑백이 들려있었다. 시시도가 멍하니 눈을 깜빡이다가 자연스레 제 방으로 올라가는 마키의 뒤를 따랐다.


“자.”


마키가 시시도의 방에 들어와서야 그것을 건넸다. 쇼핑백 안에는 작은 케이크 상자와 초콜릿이 들어있을 납작한 상자, 그리고 수험시즌 한정의 사쿠라 킷캣이 들어 있었다. 


“너 공부할 시간도 없을 텐데 뭘 이렇게 많이 만들었어?”


어딜 봐도 수제인 상자들을 보며 시시도가 입을 벌렸다. 마키는 웃으며 말했다. 수험 스트레스로부터의 잠시간의 도피?


“고마워.”


마키의 마음을 순순히 받아 든 시시도가 바쁘게 움직였다. 케이크는 일단 저녁 후에 먹기로 하고 냉장고에 넣고 온 뒤, 두 사람은 나란히 앉아 책을 펼쳤다.


“료.”

“응?”


잠시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마키가 손가락으로 시시도를 톡톡 건드렸다. 책을 보다가 고개를 든 시시도가 잠시 굳어버렸다. 마키의 입에 초콜릿이 물려있었다. 잠시 얼굴을 붉힌 시시도가 마키의 입에 물린 초콜릿의 반쪽을 입에 물었다. 두 사람의 입안에서 달콤한 초콜릿이 녹아내렸다. 초콜릿의 뒷맛만이 입에 맴돌 즘에야 두 사람이 서로 떨어졌다. 마키가 생긋 웃으며 입을 열었다.


“앞으로도 잘 부탁해.”


시시도도 고개를 끄덕이고 마키의 입술에 다시 한 번 짧게 입을 맞췄다. 초콜릿도 달콤했지만, 마키와 함께할 미래는 그보다 더, 달콤할 터였다. 그러니까 지금은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충실하게. 두 사람은 다시 마주앉아 누가 먼저라고 할 것 없이 책으로 시선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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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우우 전력... 묘하게 시간이 모자란ㅠ0ㅠ

20분에 시작했으니 50분만에 끝난 거긴 한데... 그 뭐랄까 일단 바로 다른 전력()도 할 생각이라 말을 줄입니다.

사귄지 3년이면 시시도도 좀... 눈치란 걸 보고 키스에 부끄러워하지 않는 남자가 되어있을 거라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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