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庭球

[사나아카] 질투 For.안나님

Celestyn_ 2016. 10. 16. 00:38

테니스의 왕자

사나다 겐이치로x키리하라 아카야






질투


For. 안나님






사나다 겐이치로는 요즘 때때로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복잡한 기분이 들곤 했다.


U-17 합숙소에 들어오고, 사나다는 온전히 테니스에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 릿카이에 있던 시절에 느껴왔던 유키무라의 공석을 채워야 한다는 중압감, 관동대회의 패배를 되돌려줘야 한다는 책임감. 당연하게 져왔지만, 결코 가볍다고 할 수 없는 짐들을 벗어 던지고 ‘사나다 겐이치로’ 개인이 되어 테니스를 칠 수 있었다. 

여전히 ‘릿카이’라는 이름은 자랑스레 여기고 있다. 릿카이의 일원으로서 대표로 선발되어야 한다는 생각도 있었다. 하지만 좀 더 개인으로서, 테니스에 신경을 쏟을 수 있었다. 게다가 고교생을 포함해 이 합숙소에는 싸워볼 만한 상대가 우글거리고 있었다. 분명 좋은 일이었다. 그럴 터인데…….


“어이, 카이도!!”


익숙한 목소리가, 평소와는 다른 이름을 부르며 옆을 스쳐 지나간다. 자신은 보이지도 않는다는 듯이. 사나다의 미간에 평소보다 아주 조금 더 짙은 주름이 잡혔다.


“기분이 안 좋은가 보네, 사나다.”


사나다의 옆에 앉아있던 유키무라가 앞에 놓인 홍차를 한 모금 넘기며 웃었다. 사나다가 한층 미간을 좁히며 유키무라를 흘긋 노려보았다.


“…그렇지 않다.”

“겐이치로, 미간의 주름이 평소보다 3mm 더 깊이 팼다만.”


옆 테이블에서 이누이와 대화를 나누던 야나기가 사나다의 반박을 데이터로 눌러버렸다. 유키무라가 낮게 웃음을 흘렸다. 사나다의 얼굴이 더욱 딱딱해졌다. 데이터를 들고나온 야나기에게는 이길 수 없음을 잘 아는 사나다는 반박하는 것을 포기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먼저 가보겠다.”


굳이 억누를 생각이 없어 보이는 웃음소리를 뒤로하고, 사나다는 무뚝뚝한 얼굴로 자리를 떴다.


키리하라 아카야. 요즘 사나다의 심기를 어지럽히는 녀석이었다. 건방지고, 호승심 넘치는 테니스 바보. 그리고 릿카이의 유일한 2학년 레귤러. 부에도 동급생들이야 있지만, 레귤러와 비레귤러의 연습량은 차원이 다르다. 덕분에 키리하라는 동급생들보다 3학년인 자신들과 어울리는 경우가 잦았다. 현 3학년이 졸업한 뒤를 생각하면 그리 좋은 일만은 아니었으나, 그렇다고 딱히 겉돌거나 하는 것은 아니기에 크게 생각하지는 않았다. 키리하라도 별로 신경 쓰는 눈치는 아니었으니까. 그래서 너무나도 당연하게 여겼는지도 모른다. 키리하라가 언제나 제 옆에 있는 것을.

합숙소는 다른 학교 녀석들도 있는 만큼, 키리하라보다 어린 에치젠이나 토야마, 리리아덴트도, 물론 동갑인 녀석들도 있었다. 후도미네의 녀석들과는 관동대회의 앙금이 남아 있는 탓인지 함께 있는 모습이 거의 눈에 띄지 않았으나, 같은 방의 2학년들은 조금 달랐다. 

세이가쿠의 카이도, 시텐호지의 자이젠, 효테이의 히요시. 최근 키리하라는 쉬는 시간이면 조르르 그쪽으로 달려가곤 했다. 거기에 덧붙여 시텐호지의 시라이시. 야나기가 그에게 키리하라를 맡겼다는 이야기야 들었지만, 그 녀석이 이렇게까지 단기간에, 타교의 상급생에게 곰살궂게 굴 거라곤 생각지도 못했다.


‘기분이, 안 좋냐라…….’


유키무라의 말에는 부정했지만, 분명한 사실이었다. 사나다는 최근 때때로 기분이 안 좋아지곤 했다. 주로, 다른 학교의 녀석들에게 달려가는 키리하라를 볼 때. 가슴 속 깊은 곳에서 묘하게 부글거리는 감정을 드러내지 않기 위해, 평소에도 무표정인 얼굴이 그 이상으로 딱딱하게 굳어졌다. 미묘한 차이지만, 3년이나 함께해온 녀석들이 모를 리가 없겠지. 사나다가 입술을 꾹 물었다.


“사나다 부부장?”


갑작스레 들려온 목소리에 사나다가 화들짝 정신을 차렸다. 익숙한 목소리, 그리고 그 목소리가 불러오는 익숙한 이름. 가슴을 간질이는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


“여기서 멍하니, 뭐함까?”


어느새 사나다 앞에 선 키리하라가 빼꼼, 그를 올려다보았다. 사나다가 그런 키리하라를 똑바로 응시했다. 최근 자신을 동요하게 만드는 원인.


“너야말로.”


신나서 카이도에게 갔으면서. 말을 끝까지 이을 수가 없었다. 이 비논리적인 말이 입 밖으로 나오는 순간, 제 안의 무언가가 변해버릴 것 같아서.


“무슨 일 있음까?”


전혀 답이 되지 않는 질문에 사나다의 표정이 왈칵 일그러졌다. 불합리한 분노가 터져 나오려는 순간, 키리하라가 말을 이었다.


“기분 안 좋아보임다. 유키무라 부장 말대로.”


터져 나오려던 분노가 목구멍에서 턱 하고 막혀버렸다. 유키무라의 말대로? 아까 아카야가 유키무라의 목소리가 들릴만한 곳에 있었던가? 사나다는 기억을 되감았다. 키리하라는 그런 사나다의 눈치를 살살 보았다.


“요즘, 계속 그런 것 같아서.”


쿵. 무언가가 심장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사나다는 가만히 키리하라를 내려다보았다. 내내 부글거리던 속이 차분하게 가라앉았다. 부부장? 사나다가 입을 일자로 다문 채 아무 반응이 없자 키리하라가 다시 그를 불렀다. 속으로는 괜히 오지랖을 부렸나 싶었지만, 저도 요즘 사나다가 신경 쓰였던 차니까. 설마 걱정하는데 대뜸 화를 내진 않겠지. 

키리하라가 생각을 이어가던 중, 사나다가 손을 들었다. 헉, 설마, 나 맞는 거야?? 위로 올라온 사나다의 손을 보고 키리하라가 본능적으로 몸을 움츠리며 눈을 찡그렸다. 그러나 예상했던 타격음이나 고통은 찾아오지 않았다. 대신 묵직한 것이 머리 위에 얹어졌다. 그것이 사나다의 손임은 굳이 눈을 뜨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신경 쓸 것 없다.”


사나다는 그렇게 말하며 키리하라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왜인지 내내 저기압이던 기분이 조금 나아진 모양이라 슬쩍 눈을 뜬 키리하라가 고개를 끄덕였다. 뭔진 몰라도, 됐나. 사나다를 따라 묘하게 한구석이 얹힌 기분이었던 키리하라의 기분도 한결 밝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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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님께 신세진 것이 있어 써봤습니다만...

음... 마무리가... 너무 급 마무리 같지만.......

왠지... 자꾸 안 써지고... (눈물팡)

그냥 제 또래들이랑 어울리는 아카야가 맘에 안드는데 왜 그런진 모르겠고 그치만 부글거리고, 

야나기도 유키무라도 알지만 재밌으니까 말은 해주지 않는다 같은 상황을 쓰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물론 아카야는 사나다가 기분이 안 좋아 보이니까 덩달아 신경쓰여하는 며칠....

감정에 섬세하지 못한 두 사람이 좋은 것 같네요...

누가 지적해주기 전까진 삽질 하는 것도 좋습니다(이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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