겁쟁이 페달
아시키바 타쿠토 x 오노다 사카미치
약 40cm의 거리
아시키바의 시야는 항상 다른 이들보다 한 뼘 이상 컸다. 갑작스레 자란 키는 한때 자전거를 타는 데 방해가 된다고 여겨져 원망스럽기도 했으나, 존경스러운 선배들 덕에 그리 신경 쓰지 않게 된 지 오래였다.
전철을 탈 때 손잡이에 머리를 부딪친다거나, 문이 조금 낮은 경우 숙이고 들어가야 한다거나. 사실 평균 키를 과하게 웃도는 그의 키는 일상생활에도 소소한 불편을 불러일으켰으나, 적응해서 일상이 된 모든 행위는 이제 불편하다고 의식되지는 않았다.
그런 아시키바가 요즘 다시 제 키에 소소한 불만을 품게 되었는데, 그 이유는 오직 하나였다.
“타쿠토 상?”
저를 올려다보는 이 조그마한 생명체는―물론 본인이 들었다면 결코 그렇게 작지는 않다고 반론했을 것이나― 다른 이들보다도 더 작아서 아시키바보다 한 뼘 반 이상 작았고, 그 머리가 제 어깨에 겨우 미칠까 말까 한 키였다. 물론 소년보다도 작은 이들은 많았으나, 그것은 아시키바에게는 별로 상관없는 일이었다. 저에게 중요한 건 이 아이뿐이었으니까.
“타쿠토 상, 왜 그러세요?”
소년, 오노다는 무얼 봤는지 눈썹을 축 늘어뜨리고 입술을 비죽이는 아시키바를 다시 한번 불렀다. 아시키바는 대학생에 오노다는 수험생. 자주 만나지 못하는 만큼 오늘은 평소에 못하던 것을 잔뜩 하겠다며 벼르더니, 정작 만난 지 얼마나 됐다고 아시키바의 시선은 오노다가 아닌 다른 곳에 닿아 있었다. 오노다가 마주 잡고 있던 아시키바의 손등을 손가락으로 톡톡 치자 그제야 아시키바의 시선이 그에게 내려왔다.
“사카미치.”
아시키바의 목소리에는 작은 불만과― 투정이 담겨있었다. 그 목소리를 알아챈 오노다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내 키가 좀 더 작았으면 좋았을 텐데.”
한층 더 영문 모를 아시키바의 말에 오노다가 고개를 좀 더 기울인 오노다는 잠시 시선을 돌려 아시키바가 아까 보고 있던 곳을 쳐다보았다. 그리고 금방 그 이유를 알아챌 수 있었다. 평소 눈치가 없다는 소리를 종종 듣는다지만, 지금 시야에 들어온 광경에 방금 들은 아시키바의 말을 조합하면, 답은 금방 나왔다.
“저는 타쿠토 상의 큰 키가 좋아요.”
어디에 있든 제일 먼저 찾아낼 수 있는 걸요? 오노다의 입매가 빙그레 호선을 그렸다. 그리고 손을 살짝 흔들어 아시키바를 불렀다. 아시키바의 무릎이 살짝 굽혀지며 그의 귓가가 오노다에게 다가왔다. 그럼에도 조금 모자라 오노다가 살짝 발꿈치를 들었다. 그리고 제 입가에 손을 대고 속삭였다.
“그리고 저런, 건― 앉아있을 때도 할 수 있으니까.”
오노다의 시야에 들어왔던, 아시키바가 보고, 제 키에 갑작스레 불만을 품었던 광경은― 연인들의 다정한 백허그였다. 남자가 여자의 어깨에 머리를 얹고 뭔가를 속삭이는 모습. 아시키바와 오노다의 키 차이로는 저러기 위해서는 오노다가 어딘가 발 받침 위에 올라서거나, 아시키바가 우스꽝스레 허리를 굽힐 수밖에 없는, 그런 자세.
오노다는 제가 말해놓고도 쑥스러웠는지 빠르게 아시키바와 거리를 벌렸다. 여전히 손을 잡고 있는 채인 터라 결국 거기서 거기였지만.
오노다의 말을 들은 아시키바가 자못 진지한 표정을 짓더니 금세 표정이 환해졌다. 사카미치, 얼른 가자! 아시키바가 환한 목소리로 외쳤다. 곧 갈 카페에서 아시키바가 오노다를 인형처럼 안고 있을 미래가 훤히 보였다. 그래도 아시키바의 표정이 다시 밝아진 것이 좋아, 오노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의 발걸음이 제법 경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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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노다가 3학년이 되도록 키 갱신이 안 된 셈이 되어버렸으나 가볍게 넘어가 주시고<<
좀 귀여운 아시키바가 쓰고 싶었어서 1년을 뛰어넘은 것도 가볍게 넘어가고<<
재활적인 느낌으로 호다닥 써봤습니다 오랜만이네요 분량이 안 나온다...
첨엔 둘 키 차이가 두 뼘 정도 되려나 생각했는데(본인 손 기준) 시키바는 키가 크니까 손도 크겠네요
손도 발도 큰 아시키바랑 손도 발도 쟈근 오노다 귀엽겠다<
얘네 둘은 좀 귀엽고 포카포카 하겠구나 싶었습니다... 오랜만의 캐붕 대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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