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弱虫

[마나아라] 꽃이 피다

Celestyn_ 2018. 2. 10. 14:00

겁쟁이 페달

마나미 산가쿠 x 아라키타 야스토모




꽃이 피다




볼을 스치는 바람이 아직 싸늘했다. 그래도 며칠 전보다 한층 따뜻해졌고, 앞으로도 차차 따뜻해질 것이었다. 봄이 왔으니까. 봄을 알리듯 벚꽃이 활짝 만개했다. 며칠만 지나면 분홍빛 눈이 지상을 덮게 되겠지.

거리를 덮을 연분홍빛 로망은, 지금 산을 오르는 소년에게는 다른 나라 이야기였다. 마나미에게 중요한 것은 날이 풀려 밖에서 자전거를 탈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었다. 또 하나를 꼽자면― 

이 산을 올라도 더는 그 사람이 없다는 것.

“쿠로다 상, 좋은 아침~”

“좋은 아침이라니, 마나미 너!!”

아직 학기가 시작되기까지는 며칠 남았지만, 자전거부는 연습이 있었다. 왕자의 자리를 빼앗긴 자들은 마땅히 자신들의 것이어야 할 옥좌를 다시 빼앗아 오기 위해, 전년도 이상으로 연습에 힘을 쏟고 있었다. 약간의 삐걱거림은 있는 모양이었지만, 원래부터 그런 부분은 마나미의 관할이 아니었다. 

마나미는 자유롭게 언덕을 오를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했다. 바라는 것이 하나 더 있긴 했지만 그건 지금 당장은 해결할 수 없는 문제였다.


“수고하셨습니다!”

우렁찬 인사 소리와 함께 연습이 끝났다. 이제 4월의 초입에 들어섰으니, 며칠만 지나면 파릇파릇한 신입생들이 들어오고, 마나미는 2학년이 된다.

“아라키타 상은, 지금 뭐 하려나~”

집을 향해 페달을 밟으며, 마나미는 얼마 전에 졸업한 그의 선배를 떠올렸다. 입은 험하지만, 누구보다 노력해 명문 하코네 자전거부의 레귤러 자리를 손에 넣은 사람.

포지션 적으로나 사적으로나 마나미와 좀 더 가까운 쪽은 토도였다. 아마 더 오래 함께한 쪽도 토도일 것이다. 좋은 선배였다. 마나미의 좁은 세계에 기꺼이 발을 들인 소수의 인원 중에서도 퍽 가까운 사람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3학년이 졸업하고, 이곳을 떠나간 지금. 마나미가 떠올리고 있는 이는 아라키타였다.

마나미는 아라키타를 좋아하고 있었다. 사실 그것을 자각한 지는 오래되지 않았다. 입학한 직후에는 그런 감정이 생길 겨를이 없었고, 인터하이 직후에는 그의 작은 행동이 불러온 ‘패배’에 사로잡혀 있었다. 

사실 졸업 레이스가 끝나고, 마나미의 마음이 조금 후련해지고 난 뒤에도 별생각은 없었다. 은퇴하고 입시를 준비하면서도 선배들은 종종 부실 구석에 앉아 있었다. 너무 당연하게도.

깨달은 것은 졸업식 날. 더는 부실에 가도, 교실로 찾아가도 그를 만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마나미는 오랜만에 상실감을 느꼈다. 그것은 퍽 익숙한 것이었다. 자전거를 타고 나서 잠시 잊고 있었을 뿐이었다.

어릴 적 병약한 몸 때문에 마나미는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았고, 그는 그 안에서 상실을 받아들이는 법을 익혔다. 자전거를 타기 전 그가 가질 수 있었던 건 작은 공간에서 시간을 보내기 위한 작은 도구들 정도였다.

마나미는 그 상실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았다. 좋아하기 때문에 잃기 싫은 것이었다. 허무할 정도로 간단한 답이었다. 그리고 마나미는 움직였다. 상실을 이겨내기 위해서는 그 상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어릴 적의 그는 그랬다. 하지만 이제, 더는 그 무엇도 잃고 싶지 않았다.

“아라키타 상, 두 번째 단추 주세요.”

“하? 어이, 마나미―”

“아니다. 그냥 다 주세요. 어차피 블레이저라 두 번째가 의미 있는 건 아니니까.”

그날의 대화를 떠올리며, 마나미가 웃었다. 아라키타가 그렇게 눈을 크게 뜬 건 처음 보았다. 아라키타를 떠올리자 빨라진 심장 박동에 맞춰 케이덴스를 올렸다. 자전거에 속도가 붙었다.


집으로 돌아온 마나미는 곧바로 방으로 향했다. 두근거림이 가라앉기 전에 아라키타를 만날 수는 없으니, 목소리라도 들을 요량이었다. 가빠진 심장 박동이 아라키타 때문인지, 자전거 때문인지 알 수 없었다.

[뭐야, 후시기 쨩.]

“와아, 아라키타 상이다~”

[……하?]

용건 없으면 끊는다.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뚱한 목소리가 수화기 너머에 있는 이가 진짜 아라키타임을 알려주었다. 마나미가 부스스 웃었다.

“아라키타 상, 입학식 언제에요?”

[그걸 네가 왜 묻냐]

“에~ 가르쳐줘요~”

마나미의 투정에 잠시 말이 없던 아라키타는 툭, 뱉듯 날짜를 알려주었다.

“나, 구경 가도 돼요?”

[……미쳤냐!? 무슨 구경이야!]

“그치만, 아라키타 상이 1학년이라니, 신기하잖아요?”

[별게 다.]

마나미가 입학했을 때, 아라키타는 가장 고학년인 3학년이었다. 하지만 대학에서의 아라키타는 파릇파릇한 신입생. 뭔가 이상한 기분이었다.

“그럼 그날 봐요~”

제 말만 마치고 마나미는 휴대폰을 덮어버렸다. 야, 마나미! 마나― 짧은 사이 수화기 너머로 우렁찬 목소리가 들렸지만, 못들은 셈 치기로 했다.

마나미는 침대에 누워 달력을 보았다. 아라키타의 입학식까지 채 일주일도 남지 않았다. 오늘 물어보길 잘했다고 생각하며 마나미가 눈을 감았다. 

마나미는 잠시 벚꽃 사이의 아라키타를 떠올렸다가, 전혀 어울리지 않는 상상 속의 그를 두고 시원하게 웃었다. 분홍빛 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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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나아라 론리전 축하드립니다! 

과연... 이런 글로 괜찮은지 심히 걱정이 되오나... 약간 저의 한계 같은 것으로... (mm

마나미 산가쿠 어려운 남자... 범인은... 마나미...(다잉메시지)

좀... 풋풋한 것을 적어보고 싶었던 것입니다... 

과연 이대로 좋은지는 역시 모르겠지만 다 마나미가 귀여운 탓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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