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스러운 당신
아라키타 야스토모 드림
겁쟁이 페달
<전력 드림 60분~당신을 향한 스타티스>
마키 카온
“마키쨩, 아라키타군의 어디가 좋아?”
남의 연애 얘기는 여자아이들의 주된 관심사이다. 점심을 먹는 무리 중 가장 최근에 남자친구가 생긴 것은 마키였고 당연하게 이야기의 타깃은 마키가 되었다. 마키는 질문의 의도를 모르겠다는 듯 질문한 여자아이를 보았다.
“아니, 마키쨩은 자전거부 매니저잖아? 그럼 신카이군이나 토도군도 있는데 왜 하필 아라키타군이냐 하는...?”
무신경한 소녀의 질문에 마키의 기분이 급격히 나빠졌다. 이 아이는 무슨 생각으로 이런 질문을 하는 걸까. 하필? 하필이라니 무슨 뜻이야. 야스토모의 어디가 어때서? 그야 토도나 신카이가 여자아이들에게 인기가 있다는 건 마키도 잘 알고 있었다. 아라키타의 거친 언사 덕에 여자아이들 사이에서 그의 평판이 그리 좋지 않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보통 여자 친구 앞에서 할 말이야 그게? 속에서 끊임없이 솟아나는 말을 당장에라도 쏘아붙이고 싶었지만 그럴 수도 없었다. 아직 2학기가 막 시작한 참이고 안타깝게도 마음이 통하는 친구들은 모두 다른 반이었다. 그룹이 완전히 형성된 지금 어설프게 사이가 틀어졌다간 골치가 아플 터였다. 마키는 미소를 띤 포커페이스를 유지한 채 대답했다.
“야스토모가 열심히 하는 모습, 굉장히 멋진걸.”
외모만 가지고 사람 평가하지 마, 멍청아. 마키는 뒷말은 가슴 속에 꼭꼭 눌러 담은 채 웃으며 대답했다. 실제로 마키는 아라키타의 달리는 모습을 가장 좋아했으니까.
무신경한 소녀의 말에 움찔하고 있던 다른 일행들은 마키가 스무스하게 넘어가자 안도를 했는지 재잘대기 시작했다. 이야기는 단박에 자전거부로 넘어갔다. 주로 언급되는 것은 당연하게 토도와 신카이였고 가끔 마나미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다.
“마키쨩은 후쿠토미군 소꿉친구라 좋겠다― 토도군이나 신카이군하고 같은 부활동도 하고.”
이번에도 아까와 같은 소녀였다. 소녀는 평소에도 조금 무신경한 경향이 있었지만, 오늘은 도를 지나쳤다. 마키는 다시 한 번 깨질 것 같은 포커페이스를 다잡았다. 주이치와 소꿉친구인 건 사실이었지만, 그건 주이치가 주이치이기 때문이지 토도나 신카이에게 건너가기 위한 다리 따위가 아니었다. 평소였으면 그래도 그러려니, 하고 넘겼을 말이었지만 앞의 아라키타의 일도 있어서 마키의 속은 부글부글 끓었다.
“뭐, 조금 힘들지만 다들 열심히 하니까 서포트하는 보람도 있지. 주이치도 열심이고.”
말을 마치자마자 마키는 마지막 남은 반찬 하나를 입으로 욱여넣었다. 사실 자전거부의 화제는 언제나 조금 거북했다. 자전거부 얘기를 할 때의 여자아이들은 조금 무신경한 얘기를 하는 경향이 잦았다. 별로 진지하게 자전거에 대해 생각하는 것도 아니고 대체로 신카이나 토도의 이야기였으니까. 이따가 두 사람의 정강이나 한 대씩 차주자 다짐하고 마키는 도시락 통의 뚜껑을 덮었다.
“아, 미안. 나 오늘 부에서 할 일이 조금 많아서 점심시간에도 가봐야 할 것 같아. 먼저 가봐도 괜찮을까?”
“아, 으, 응! 그래 마키쨩. 바쁘겠네. 얼른 가봐~”
옆에서 계속 안절부절못하던 다른 친구가 황급히 마키를 보내기 위해 인사했다. 아까부터 무신경한 얘기를 내뱉던 소녀는 에~ 신카이군 얘기 더 듣고 싶었는데~ 같은 소리를 해댔지만 적당히 눈치 있는 소녀 두엇이 먼저 인사해주자 다른 아이들도 마키를 보내주었다.
“나쁜 애들이 아니란 건 알고 있지만…….”
그저 조금, 혹은 많이 무신경할 뿐이었다. 그게 누군가에게 상처가 될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하니까 그렇게 무신경한 말들을 툭툭 내뱉는 것이다. 애초에 잘생기고 못생기고는 또 누가 정한단 말인가.
“……야스토모도 잘생겼다구.”
마키는 뚱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사실 인하이가 끝난 후로 부의 중심이 2학년들에게 옮겨간 만큼 마키가 할 일도 많이 줄어든 참이라 점심시간까지 부에 갈 필요는 없었지만 빠져나올 구실이 필요했으니 별수 없었다. 마키는 청소라도 하며 기분전환을 할까 싶어 부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촤르륵, 촤아아악
부실에 도착해 문을 열려는 순간 안에서 들려온 소리는 자전거 체인과 롤러가 돌아가는 소리였다. 이 시간에 누가? 마키는 조금 의아한 눈으로 문을 열었다. 그리고 바로 보인 사람은 그녀의 연인, 아라키타였다.
“…하? 카온?”
아라키타도 문이 열리자 고개를 돌렸다가 보인 마키의 모습에 발을 멈췄다. 그리고 이내 다시 페달을 밟으며 “무슨 일 있냐?”하고 물었다. 들어서는 순간의 마키의 표정이 묘하게 좋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목표 연습량을 채우기 위해 롤러에서 내려오지 않는 점이 아라키타답다면 아라키타다웠다.
“별로―”
마키는 문을 닫고 아라키타의 롤러가 잘 보이는 정면에 자리 잡고 앉았다. 아라키타는 잠시 그런 마키를 보다가 답을 하지 않을 거란 걸 알았는지 일단 페달을 밟아나갔다. 마키는 그런 아라키타를 빤히 바라봤다. 저렇게 반짝이는데.
목표 연습량을 채운 아라키타는 롤러에서 내려왔다. 드링크를 빼 마시는 아라키타를 보며 마키는 쪼르르 다가와 수건을 건네주었다.
“점심은 먹고 타는 거야?”
“당연하잖아, 바보. 넌 무슨 일이냐?”
마키가 조금 걱정스러운 듯 올려보자 아라키타는 툭 쏘아붙이며 의아했던 것을 물었다. 처음 들어왔을 때도 그랬지만, 달리는 아라키타를 보는 마키의 눈동자는 평소와 달리 조금 복잡했다.
“별로, 아무 일도―”
“멍청아, 내가 독심술사라도 되는 줄 아냐? 일이 있으면 말을 하라고. 그딴 식으로 얼버무리지 말고. 잔뜩 우울하다는 냄새를 풍기면서.”
아라키타는 이번에도 얼버무리려는 마키를 쏘아보며 말했다. 거친 언사였지만 걱정하고 있다는 것쯤은 쉽게 알 수 있었다. 마키의 얼굴에서 약간 남아있던 그림자가 사라지며 마키가 아라키타에게 폭 안겼다.
“ㅇ, 야!”
“야스토모 정―말 좋아.”
이렇게 사랑스러운데, 이렇게나 멋진데. 아니 차라리 나만 아는 게 다행인가. 마키는 아라키타의 가슴팍에 얼굴을 부비며 생각했다.
“멍청아, 땀범벅이라고!”
“괜찮아. 야스토모니까.”
아라키타가 쏘아붙여도 마키는 아랑곳하지 않고 아라키타를 꼭 껴안았다. 매달려 있는 마키를 인상을 찌푸린 채 보던 아라키타가 한숨을 쉬더니 머리를 헝클어뜨리며 마주 안아주었다.
“나중에 불평하면 죽는다.”
“야스토모― 여자친구한테 말이 심합니다― 상처받았습니다―”
키득거리는 마키가 농담조로 한 불평에 아라키타는 다시 한 번 마키의 머리를 거칠게 헤집었다. 야스토모의 냄새. 마키는 그러고도 한참을 더 아라키타에게 안겨 있었다.
덕분에 예비종이 친 후에야 아라키타가 샤워도 못 하고 허겁지겁 교복으로 갈아입었다는 건 조금 뒤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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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키타상은 잘생겼습니다ㅠㅠ 잘생겼어요ㅠㅠ 잘생겼다 내남자ㅠㅠ
사랑스러운 당신...
아니 물론 제 최애들은 사랑스럽습니다. 아주 많이.
하지만 이 주제는 남캐>드림주로 쓰고 싶어서 파워 고민하다가ㅠㅠ
신카이상 쓸까... 하다가 안되겠다 싶어 아라키타로 선회했더니
시간이 생각보다 오래 걸린... 암튼 그렇다고 합니다!
별 거 아닌 간단한 설정이라면
후쿠토미랑은 소꿉친구고, 로드를 타고, 자전거부 매니저라는 점.
덧붙여 아라키타와 사귀기 시작한 건 인하이 끝난 후, 개학하기 전.
>과거의 제가 참 콩깍지가 많이 꼈었군요 아니 물론 여전히 좋아하고 잘생...겼다고 생각도 하는데
14년 7월... 드림에 바람처럼 치인지 3개월 차의 글입니다. 사랑이 넘칠 때죠.
요즘에는 좀 쿨해져서(대체
마찬가지로 재업 시리즈입니다. 과거의 나 안녕?
전력이 스타티스인 거 보고 세월의 흐름을 느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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