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弱虫

[쿠로아라] 동기 부여

Celestyn_ 2018. 4. 28. 17:26

겁쟁이 페달


쿠로다 유키나리 x 아라키타 야스토모






“아라키타 상.”

“뭐냐.”

“안 나갑니까?”

“더워.”


인터하이도 끝나고 본격적으로 후배들에게 인수인계를 해줄 늦여름이 왔다. 졸업 레이스는 낙엽이 지는 가을이지만, 3학년이 해야 할 가장 큰 일은 끝이 났다. 마나미나 도바시나 신카이나, 앞으로도 걱정투성이지만 쿠로다는 이즈미다와 나눠 지고 있던 부캡틴이라는 어깨의 짐이 조금 가벼워진 것을 느꼈다. 대신 대입 수험이라는 벽이 기다리고 있었지만.

쿠로다가 며칠 남기지 않은 여름 방학 하루를 할애해 찾은 곳은 아라키타의 자취방이었다. 어차피 대학도 방학이라고는 하지만 지망교를 보는 것만으로도 꽤 동기 부여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은 마음에 요난대가 있는 시즈오카에 왔다.

작년에 기적 같은 결과로 요난에 진학한 선배를 찾는 것은 자연스러운 흐름이었다. 물론 그 과정에 사심이 전혀 없다고는 못하겠지만.

아라키타는 쿠로다에게 제 자취방 주소를 던져 주었다. 마중 나오길 바란 건 아니지만……. 적어도 요난대에서 만나는 게 좋지 않았을까. 좋아하는 선배의 집을 처음 방문하는 거라면, 집들이 선물도 좀 더 제대로 된 걸 사 왔을 텐데. 쿠로다는 오다가 적당한 마트에서 급하게 산 음료수를 떠올렸다.

어쨌든, 사심 반으로 온지라 아라키타의 자취방을 구경할 수 있었다는 건 대단히 큰 수확이지만, 이렇게 자취방에서만 틀어박혀 있는 것은 상정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게다가 아라키타는 TV나 틀어놓고 있었고.

한참 멀뚱멀뚱 앉아 있다가 겨우 말을 꺼냈더니 맥없는 답이 돌아와 쿠로다는 한숨을 푹 쉬었다. 학교 소개해주시겠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아, 그거 좀만 이따가. 저녁 즈음에. 아라키타의 대답에 쿠로다가 이마를 짚었다.


“그러면.”

“그러면?”

“입시 요령이나 알려주십쇼.”


쿠로다는 학교 구경하면서 물어보려던 화제를 미리 꺼내왔다. 마나미와 함께 유력 보충조였던 아라키타가 나름 괜찮은 학교라는 평을 받는 요난에 기적적으로 붙은 건, 그를 아는 후배들에겐 그야말로 해가 서쪽에서 뜬 것과 마찬가지였다. 그러면 뭔가 도움이 되지 않을까.

쿠로다의 질문을 받은 아라키타가 잠시 멍하니 그를 쳐다보다가 머리를 긁었다. 아, 엘리트 쨩이. 아라키타의 목소리에는 한숨 같은 것이 섞여 있었다.


“무슨 뜻입니까?”

“쓸데없이 성실하다고. 뭐, 별거 없어. 야생의 감이지.”

“야생의, 감…….”


쿠로다가 복잡한 표정으로 아라키타의 말을 곱씹고 있자 아라키타가 짧은 한숨과 함께 드러누워 있던 빈백에서 일어났다.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바닥에 앉아있던 쿠로다의 귓가에 속삭였다. 오면 ‘상’ 줄 테니까. 귓가를 간질이는 낮은 목소리에 쿠로다가 눈을 크게 떴다.


“이거면 충분히 동기부여 되겠냐?”


아라키타가 쿠로다의 머리를 사정없이 헤집었다. 이래서야 성실한 수험생을 저녁 늦게까지 붙들고 있을 수도 없겠네. 일어나라, 가자. 성큼성큼 문을 향해 걸어가는 아라키타의 등을 보며, 쿠로다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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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포스타입에 올렸던 것 재업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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