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몽
아라키타 야스토모 드림
겁쟁이 페달 드림
드림 전력「당신의 수호천사」
바깥에서 비춰오는 햇살이 눈이 부셨다. 으……. 카온, 커튼- 아라키타가 착 깔린 목소리로 연인을 찾았으나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눈을 찌르는 햇빛에 결국 아라키타가 눈을 떴다.
“……카온?”
제 옆에 누워 있어야 할 연인이 보이지 않았다. 아라키타는 목을 긁적이며 침대에서 일어나 거실로 향했다. 방 밖으로 나와도 들려야 할 연인의 목소리나 기척은 들리지 않았다. 달큰한 향기도 전혀 나지 않았다. 아라키타가 살짝 미간을 좁히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마침 눈에 들어온 시곗바늘이 9시를 넘어서고 있었다. 학교라도 먼저 갔나. 오늘 1교시 없을 텐데. 아라키타가 머리를 긁적였다.
“좋은 아침-”
“좋은 아침. 꽤 일찍 왔군.”
“뭐어-”
수업은 오후부터 였으나 혹시 먼저 부실에 왔나 싶어 와 보았다. 하지만 부실에 있는 것은 킨조와 마치미야, 그리고 선배 야마다 뿐이었다. 아라키타는 볼을 긁으며 유니폼으로 갈아입었다. 이왕 일찍 왔으니 한 번 타고 갈까. 기지개를 쭉 켜자 찌뿌듯했던 몸이 풀리는 것 같았다.
신나게 달리고, 수업을 들으러 가서도 휴대폰은 울리지 않았다. 어제 조금 괴롭혔다고, 삐졌나. 뭐, 오후면 보겠지. 오늘은 서클 활동 있는 날이고. 아라키타는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휴대폰을 주머니에 넣었다.
“……있지.”
“음?”
“카온은?”
다들 준비를 마치고 스트레칭을 하는 와중에도 그녀는 나타나지 않았다. 성실의 대명사가 지각이라니. 아라키타가 미간을 찌푸렸다. 오늘은 어째 종일 기분이 찜찜했다. 킨조에게 물어봤자, 네가 가장 잘 알지 않겠냐는 답이 돌아오겠지만, 아라키타는 괜히 이야기를 꺼내보았다. 그리고 이내 킨조에게서 답이 돌아왔다. 그게 누구지?
“하아?”
“뭐야, 아라키타. 여자? 부실에 여자가 오기로 한 거냐?”
웬일이야. 그런 거 안 좋아하지 않았냐? 옆구리를 찔러오며 능글맞게 물어오는 마치미야의 목소리에 아라키타의 표정이 왈칵 무너졌다. 지금 뭐라는 거냐. 우리 매니저 얘기잖아!
“……? 매니저?”
“야, 아라키타. 꿈꿨냐?”
그런 게 어디 있냐. 이 남자 냄새나는 부에. 전혀 모른다는 듯 물어오는 킨조와, 마찬가지로 어이없다는 듯 물어오는 마치미야. 하? 뭐야, 오늘 만우절? 어이없다는 듯 아라키타가 두 사람을 보았으나, 두 사람은 전혀 거짓말 따위 하지 않았다. 두 사람의 냄새가 알려주고 있었다. 오히려 아라키타를 이해할 수 없어 하는 두 사람을 보며, 아라키타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아라키타……?”
상태가 좋지 않은 거라면 쉬는 게 어떤가. 킨조의 물음에도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아라키타는 주머니에 있던 휴대폰을 꺼냈다. 어이, 아라키타? 마치미야의 목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아라키타는 빠르게 휴대폰을 조작했다. 없어. 어째서? 휴대폰 메일함에도, 전화번호부에도, 갤러리에도 연인의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두 사람이 같이 찍은 사진에는 아라키타 혼자, 단체로 찍은 사진에도 그녀의 자리는 없었다.
“야.”
나, 좀 가볼게. 설명 부탁한다. 아라키타는 그대로 자전거를 밟아 집으로 향했다. 그럴, 리가. 그럴 리가 없잖아. 머릿속을 채우는 불길한 생각을 쫓아내듯, 아라키타가 고개를 흔들었다.
“카온!”
덜컥 문을 열고 들어온 아라키타가 그녀의 이름을 불렀으나, 방은 아침에 나간 그대로였다. 아라키타가 정신없이 방을 뒤졌다. 없어. 없어. 어째서?? 그의 집에 자리하고 있던 그녀의 흔적이, 남김없이 사라져 있었다. 어째서 아침엔 이 위화감을 눈치채지 못했을까 싶을 정도로. 나란히 꽂혀있던 칫솔은 하나뿐이었고, 커플로 맞췄던 컵은 없었다. 그녀의 흔적이라고는 단 하나도 남아있지 않았다.
“하아, 하아…… 젠장맞을.”
아라키타가 거친 숨을 몰아쉬며 소파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녀가, 없었다.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듯, 그녀의 흔적이 단 하나도 남아있지 않았다. 아라키타는 그녀가 나타나던 날을 떠올렸다. 아무렇지 않게 이 세계에 편입되었던 그녀는, 마찬가지로 아무렇지 않게 세계에서 사라졌다. 오로지 남은 것은 아라키타 뿐이었다.
“젠장!!!!”
아라키타가 머리를 감싸 쥐며 울부짖었다. 젠장, 젠장!! 아라키타가 속으로 수십 번을 되뇌었다. 머릿속이 팽글팽글 돌았다.
“……야스토모, 야스토모?”
들려오는 목소리와 몸이 흔들리는 감각. 아라키타가 눈을 번쩍 떴다. 야스토모? 익숙한 목소리가, 제 옆에서 들려왔다.
“세상에, 야스토모. 땀범벅이야. 나쁜 꿈이라도 꿨어?”
저의 연인이, 마키가, 잔뜩 걱정스러운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마키가 아라키타의 이마에 송골송골 맺힌 땀을 닦아내며 물었다.
“…….”
“엇, 야스토모.”
아라키타는 아무 말 없이 그녀를 끌어안았다. 갑자기 아라키타에게 이끌려 품에 얼굴을 묻게 된 마키는 영문을 모르고 눈을 깜빡였다. 야스토모?
“……어디 가지 마.”
“야스토모, 갑자기 무슨 소리야?”
갑자기 엉뚱한 소리를 하는 아라키타 덕분에 눈을 깜빡이던 마키가 아라키타를 가볍게 밀어냈다. 야스토모, 숨 막ㅎ……. 팔에 더 강하게 힘을 주는 아라키타 덕분에 마키는 다시 그의 품 안에 갇혔다.
“내 옆에, 있어.”
“……참. 응, 어디 안 가. 난 야스토모 옆에 있는 걸?”
널 만나기 위해, 여기에 왔다고 했잖아? 마키가 작게 웃으며 아라키타의 등을 쓸어내렸다. 피부를 통해 느껴지는 따뜻한 감각에, 아라키타의 손이 저릿하게 아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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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도에는 공개 못했던, 공개하기 미묘한 쪽의 전력드림.
2라고 붙였지만, 앞에 올린 악몽과는 전혀 관계가 없습니다.
단지 그 무렵의 글이기 때문에 절대 주소는 -1로 구분했어요.
밑은 설정과 관련은 됐지만 본문과는 크게 관련 없는 TMI
왜 미묘했냐면, 설정이 개인지로 나올 예정이었던 '한여름밤의 꿈' 기반이었기 때문입니다.
굉장히 옛날이지만... M프로젝트의 페달 버전.
사실 페달쪽 봐주시는 분들은 M프로젝트가 뭔지 모르시겠지만...
간단하게 말하자면 정말로 '내'가 테니 세계관에 트립을 한다면- 이라는 가정으로 이어지던
릴레이 단편이었습니다.
M프로젝트는 당시 진행중이던 모이라이 프로젝트의 서브 같은 걸로...
뭐 여러가지가 있습니다만,
큰 골자는 진짜로 현실의 나 자신이 트립하는 것, 그리고 마지막에 잔류할지 귀환할지를 선택하는 것.
테니 때는 시시도가 아니라 미도리야마의 키라쿠 가족 드림으로 진행했고, 귀환 엔딩이었습니다.
어쨌든 설정의 기반이 된 '한여름밤의 꿈'에 대해 얘기하자면
언젠가부터 자꾸 최애캐 꿈을 꾸던 드림주가
어느 날 꿈에서 깨니 진짜 최애캐와 같은 학교를 다니고 있는 '내'가 되었다는 설정이죠.
학교에 가도 모두 당연하게 나를 알고 있고, 그냥 자연스럽게 편입되어버린 드림주.
위 글의 마지막 문단에서도 확인 가능하지만 야스토모는 '내'가 다른 존재라는 걸 깨닫습니다.
한여름밤은 이 글을 썼던 15년 이전부터 계속 계획만 하고, 어쩌다보니 쭉 미뤄왔는데요
(그 즈음의 책을 보면 모종의 스토리를 준비하다가 실패했단 얘기가 후기에 있기도 합니다.)
어디까지나 제 능력 부족으로...
전체적인 플롯은 여전히 머릿속에 있지만, 과연 이걸 제가 쓸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은 조금 드네요.
그래서 오랜만에 글을 발견한 김에, 공개되지 못하고 있던 글을 오픈하기로 했습니다.
저도 잊고 있을 정도로 그냥 묻혀만 있으면, 글한테 미안하니까요.
그리고 가능하면... 한여름을 낼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올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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